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종잡을 수 없는 언급들에 국내 증시가 큰 영향을 받고 있다. 트럼프가 촉발시킨 전세계 관세 전쟁이 국내 수출 기업들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는가 하면, 그의 말 한마디에 상한가로 직행하는 주식이 속출하는 등 한국 증시가 '트럼프 워딩'에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동양철관·하이스틸·화성밸브 등은 전날 상한가를 기록했다. 지난 4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상하원 의회 연설을 통해 언급한 알래스카 천연가스(LNG) 사업 계획이 발단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연설에서 “알래스카에 세계 최대 규모의 천연가스(LNG)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일본,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이 파트너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고 그 나라들이 수조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언급에 따라 국내에서 강관·밸브 업체들 주가가 가격 제한폭까지 상승한 것으로 풀이됐다. 이 기업들은 시가총액 1000억 원 안팎으로 몸집이 작고 거래량도 적어 약간의 트리거만 발동 돼도 주가 변동성이 커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뿐만 아니라 한국가스공사·포스코인터내셔널 등 시총 조 단위 종목들 주가도 전날 10% 이상 상승했다. 한국가스공사와 포스코인터내셔널도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후보 기업들로 꼽혀 왔다.
'트럼프 워딩'에 주가가 출렁이는 종목들은 다른 영역에서도 관찰된다. 캐나다, 멕시코로 시작된 관세 전쟁이 중국 등 전세계로 확산할 조짐이 나타남에 따라 국내 대표 수출 기업들이 피해를 입었다. 특히 글로벌 시장 의존도가 높고 멕시코에도 공장이 있는 현대차·기아 같은 자동차 회사들 주가가 최근 적잖은 하락세를 겪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 정책이 결국 중간 지점에서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흘러나오자 현대차·기아 주가도 반등에 성공했다. 현대차와 기아 주가는 전날 2% 상승 마감했다. 저가 매수세 유입에 더불어 지난 4일(현지시간) 하워드 루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관세 타협안이 내일 발표될 가능성이 크다"며 극단적 보복 관세 가능성을 낮추면서 안도감이 유입된 영향으로 해석됐다.
일각에선 트럼프 효과가 비단 한국 증시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라는 분석도 한다. 지난달 1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 관세율에 대해 “25% 정도 될 것”이라고 말한 여파로 당일 유럽 증시에서 주요 자동차주 주가가 일제히 하락한 바 있다. 독일 폭스바겐은 전장보다 2.83%, 메르세데스-벤츠는 1.66%, 프랑스 르노는 2.40% 하락했다. 가상자산 시장도 트럼프가 큰 영향을 주는 시장으로 꼽힌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