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가 우리에게 남긴 것은 단연 희망이죠. 중국이 한 것처럼 한국도 할 수 있다는 기대감. 그동안 좌절에 빠졌던 국내 인공지능(AI) 기업들의 분위기가 딥시크를 계기로 상당 부분 반전된 것은 사실입니다.”
최근 만난 한 AI 기업의 고위 관계자는 딥시크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처럼 답했다. 이른바 ‘쩐의 전쟁’으로 불리는 AI 경쟁에서 밀려나 사실상 포기 상태였던 국내 AI 기업들은 딥시크를 계기로 마음을 다잡기 시작했다.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네이버와 같은 굴지의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최수연 네이버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콘퍼런스 콜에서 “딥시크 출현은 후발 주자가 작은 규모의 투자로도 미국의 빅테크 등 선도 업체를 추격할 수 있는 것을 보여줬다”며 “네이버도 멀티모달과 추론 능력 등의 AI 모델 강화에 전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쉬운 점은 기업들이 딥시크를 계기로 레벨업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반면 정부의 AI 산업 육성을 향한 강력한 한 방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심해를 항해하는 고래처럼 깊이 있는 지능을 탐구하겠다며 ‘푸른 고래’를 로고로 표현한 딥시크가 전 세계에서 헤엄칠 수 있던 배경은 중국 정부의 공격적인 지지 덕분이다. 중국은 2021년부터 일찍이 ‘2030년 세계 AI 강국 도약’을 목표로 삼고 정부 주도로 AI 산업을 키우고 있다. 여기에 올해도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중앙정부 예산을 전년 대비 10% 늘어난 3981억 위안(약 80조 원)으로 책정했다.
반면 우리 정부는 어떠한가. 딥시크가 저비용·고효율의 AI 모델 ‘R1’을 공개하고 한 달이 지났지만 우리 정부가 제시하는 정책들은 현실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진다. 최근 정부가 산업은행에 신설하기로 한 50조 원 규모의 첨단전략산업기금 역시 AI 외에도 반도체·배터리 등을 함께 지원하는 식이라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첨단산업인 AI를 키우겠다’는 막연한 의지가 아닌 구체적이고 집중적인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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