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자동차 관세 부과 예고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한국GM이 통상 당국과 비공개 면담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GM은 국내 생산 물량의 84%를 미국에 수출하고 있어 미국 정부가 관세를 부과할 경우 상당한 타격을 받는다. 이에 업계에서는 한국GM이 국내에서 철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박종원 산업부 통상차관보는 6일 한국GM 고위 관계자와 만나 자동차세 관세 대응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이 면담은 한국GM 측이 요청해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면담의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대미 통상 환경 변화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 멕시코에 25%의 보편 관세 부과를 강행하고 자동차·반도체·의약품 등에 대한 관세도 곧 발표하겠다고 공언했다.
한국GM은 미국 시장에 실적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GM이 세계 시장에서 판매한 자동차는 총 49만 9559대인데 이 중 미국으로 수출한 물량은 전체의 84%인 약 41만 8782대다. 국내 판매량(2만 4824대)의 17배에 육박하는 실적이 미국에서 나온 셈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에 10%의 관세만 부과해도 한국GM은 2023년 영업이익(1조 3502억 원)과 맞먹는 수준의 부담을 져야 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국GM은 공장을 이전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폴 제이콥슨 GM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미국의 관세 부과가 장기화할 경우 “공장 이전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국GM은 현재 부평과 창원 두 곳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군산에도 공장이 있었지만 2018년 폐쇄했다. 군산공장 폐쇄 당시 정부로부터 8100억 원의 공적 자금을 지원받는 대신 부평·창원 공장은 10년 동안 유지하기로 약정했다. 약정 기간은 오는 2027년이면 마무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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