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은 LS(006260)그룹 회장이 “중복상장이 문제라고 생각하면 주식을 사지 않으면 된다”라고 발언한 것이 알려진 직후 계열사 주가가 일제히 하락하면서 시가총액이 6500억 원 넘게 증발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2021년 LG화학이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을 분리해 상장한 이후 국내 증시에서 쪼개기 상장에 대한 불만이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이를 정면 반박한 만큼 시장에 큰 파장을 미치고 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그룹 지주사인 LS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0.29% 내린 10만 3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LS ELECTRIC(010120) 주가는 22만 5000원으로 전 거래일보다 12.11%나 급락했다. 올해 들어 주가가 상승 흐름을 보이면서 지난달 30만 3500원까지 올랐던 LS ELECTRIC는 22만 원대로 하락했다.
이외에도 LS에코에너지(229640)가 5.39%, LS네트웍스(000680)가 3.89%, LS마린솔루션(060370)이 2.94%, LS머트리얼즈(417200)가 2.19%, 가온전선(000500)이 1.54% 등으로 일제히 하락했다. 이날 LS그룹 계열사 9곳의 시가총액은 14조 4368억 4800만 원으로 전일 대비 4.36% 감소했다. 하루 만에 그룹 시총이 6500억 원 넘게 줄면서 국내 45개 그룹 중에서 가장 큰 폭으로 후퇴했다.
이날 LS그룹 주가가 일제히 하락한 것은 구 회장의 발언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5’ 행사에서 중복상장 우려에 대한 질문을 받자 “예전엔 중복상장이 문제되지 않았는데 요즘 들어 논란이 되고 있다”며 “작은 회사들이 계속 성장하려면 계속 자금을 투입할 수밖에 없고,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이 제한적”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중복상장이 문제라고 생각하면 상장 후 주식을 사지 않으면 된다”고 덧붙였다.
구 회장 발언대로 중복상장이 자금 조달 과정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더라도 국내에선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지목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한국 시장의 중복상장 비율은 18%로 일본(4.38%)은 물론이고 대만(3.18%), 미국(0.35%), 중국(1.98%) 등과 비교해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다. 중복상장으로 모회사와 자회사가 동시에 상장돼 있으면 투자자들은 모회사가 보유한 자회사의 지분 가치를 할인 평가한다. 자회사 가치가 이미 시장에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이익 더블카운팅’은 통상적으로 주가 할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구 회장 발언에 투자자들은 LS그룹이 비상장사의 중복 상장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S그룹은 지난해 상장 심사를 철회했다가 재도전을 준비 중인 LS이링크를 비롯해 미국 지사 슈페리어에식스 자회사 에식스솔루션즈, LS일렉트릭 자회사 KOC전기 등 5개사를 상장할 준비를 하고 있다.
다만 이와 관련해서 LS그룹 측은 기존 회사의 사업부를 따로 떼어 상장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 인수한 회사를 상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동안 문제가 됐던 중복상장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LS그룹 관계자는 “미국 권선 1위 업체인 에식스솔루션은 LS가 인수해 상장폐지한 이후 나스닥 대신 한국 시장에 상장하려는 것”이라며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전력 시장이 활황기인 만큼 모기업과 자회사 기업가치를 모두 키우려는 노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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