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 국내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은행 등 금융기관으로부터 빌린 돈이 3조 3000억 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취임 전후로 대외 리스크가 고조된 데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 등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가중된 탓에 기업들의 시설자금 투자가 위축된 결과다.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2024년 4분기 예금 취급 기관 산업별 대출금’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예금 취급 기관의 산업별 대출금 잔액은 1962조 2000억 원으로 전 분기말 대비 3조 3000억 원 증가했다. 연중 대출 증가 폭은 지난해 3.8%로 2021년 13.4%, 2022년 13.7%, 2023년 5.2% 등 코로나 팬데맥 이후 줄어드는 양상이다.
특히 지난해 말 대출 증가 폭은 3조 3000억 원에 그쳤는데, 이는 2016년 9000억 원 감소 이후 최저치다. 이에 대해 한은은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시기에 기업들이 시설자금 투자를 유보하면서 대출 증가 폭이 줄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시설자금은 전 분기대비 6조 7000억 원(0.7%) 늘었는데, 이 증가폭은 2008년 통계 이후 최저다. 특히 제조업의 시설자금 대출은 5000억 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화학·의료용제품, 전자부품·컴퓨터·영상·음향·통신 등이 감소 전환한 영향이 컸다. 서비스업 시설자금 대출은 4조 1000억 원 늘었는데, 부동산업을 중심으로 전분기 대비 증가 폭이 축소됐다.
운전자금은 제조업, 건설업, 서비스업 모두 줄어 3조 4000억 원 감소 전환했다. 다만 이는 기업들의 연말 재무제표 비율 관리를 위해 대출을 갚으면서 발생한 계절적인 요인이 컸다는 설명이다.
이런 결과로 제조업 대출은 1조 6000억 원 감소 전환했다. 전 분기 8조 8000억 원 증가에 비하며 큰 폭으로 쪼그라들었다.
건설업 대출은 1조 2000억 원 감소로 전 분기(-1000억 원)보다 감소 폭이 커졌다. 서비스업과 부동산업은 각각 3조 9000억 원 증가, 1조 원 증가로 전 분기에 비해서 증가 폭이 줄었다. 숙박 및 음식점업은 3000억 원 느는데 그쳤다.
한편, 예금은행 대출금 가운데 대기업 대출은 1조 1000억 원 감소로 전분기 7조 7000억 원에서 감소 전환했다. 중소기업(개인사업자 제외)은 4조 6000억 원 늘며 전 분기(9조 9000억 원) 대비 증가 폭이 줄었다. 개인사업자는 5000억 원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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