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들이 빅테크와 인공지능(AI) 경쟁을 펼치려면 자율주행·스마트시티 같은 고용량 데이터 사업을 노려야 합니다.”
범용균(사진) PwC컨설팅 부대표는 6일(현지 시간)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5’가 열린 바르셀로나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지금의 AI 에이전트(비서)는 구글 같은 빅테크는 물론 삼성전자 등의 AI 스마트폰 기능과도 차별화가 만만치 않다”며 업종을 불문한 AI 경쟁에서 통신사만의 주특기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신 3사는 이번 MWC에서 대화요약 등 통화를 돕거나 기업 업무를 지원하는 AI 비서 서비스를 선보이며 AI 시장 진출을 알렸다. 각각 1000만 명 이상 가입자를 기반으로 한 방대한 데이터와 수요, 통화기지국 같은 AI 연산에 활용 가능한 인프라 강점을 극대화하면 빅테크와의 경쟁에서도 승산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다만 “빅테크 역시 검색·메신저 등으로 다수 이용자 데이터 강점을 가진 건 마찬가지”라며 “AI 에이전트를 시작으로 확실한 세일즈 포인트 확보가 필요해 보인다”는 게 정보기술(IT) 컨설팅 전문가의 생각이다. PwC는 이번 MWC에서 최대 화두였던 AI 세션 ‘AI플러스(AI+)’의 후원사를 맡았다.
범 부대표는 “현재 챗GPT 같은 생성형 AI 서비스들은 웹에서 바로 이용 가능할 만큼 데이터양이 많지 않다”며 “이는 데이터 처리의 중간 단계에 있는 통신사들의 역할도 크지 않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대신 데이터가 많아 이용자와 가까운 에지(말단) 서버가 있어야만 원활한 제공이 가능한 AI 서비스가 나와줘야 한다”며 “가령 자율주행차는 다른 차량이나 신호등 같은 주변 사물과 실시간으로 끊임없이 데이터를 주고받아야 해서 빅테크가 지금처럼 중앙서버인 데이터센터를 통해 이용자에게 데이터를 제공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통신사는 연산 기능을 갖춘 통신기지국을 곳곳에 두고 이를 AI 연산에 특화한 AI랜(AI-RNA)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중앙서버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고 자율주행차와 가까운 곳에서 곧바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에지 서버로 활용 가능한 만큼 통신사들이 자율주행 관련 AI를 선제적으로 개발하면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범 부대표는“5G·6G 기반의 고용량 데이터 처리 수요가 큰 스마트시티 사업을 또 다른 예로 들었다.
그는 “현재 기지국은 반경 2㎞ 내 수만 명을 커버하는 정도라 AI랜으로 전환한다고 해도 서비스 수요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이 같은 AI 인프라 사업 역시 데이터 수요가 받쳐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신 산업은 과거 휴대폰이 등장할 때 한 번,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또 한 번 크게 성장했는데 이제 또 다른 계기가 필요하다”며 “그건 자율주행 같은 5G 산업이 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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