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인도 증권사 ‘쉐어칸’ 인수 후 처음으로 인도를 찾아 현장 점검에 나섰다. 빠른 경제성장에 힘입어 ‘포스트 차이나’로 불리는 인도 시장에서의 비즈니스를 강화해 미래에셋만의 글로벌 비즈니스를 확대하기 위한 행보다. 박 회장은 그간 인도 시장의 잠재력을 강조하며 미국에 이어 인도 시장 투자 포트폴리오를 강화해왔다.
7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박 회장은 이번 주 인도를 방문해 ‘미래에셋쉐어칸’을 직접 둘러봤다. 지난해 미래에셋증권은 인도 10위 증권사인 쉐어칸을 4800억 원에 인수하고 명칭을 미래에셋쉐어칸으로 변경했다. 미래에셋증권이 쉐어칸 인수 작업을 모두 마친 뒤 이뤄진 박 회장의 첫 인도 방문인 만큼 현지 비즈니스 전략을 재정비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박 회장은 자산관리(WM) 부문 등 현지 영업 환경과 시스템을 살펴본 것으로 알려졌다.
쉐어칸은 약 1만 명의 초고액 자산가 고객을 확보하고 있어 미래에셋증권의 패밀리오피스 서비스 노하우 등을 접목한 현지 특화 자산관리 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쉐어칸이 보유한 약 310만 명의 개인고객을 기반으로 한 리테일 영업도 강화할 수 있다. 지난달 기준 미래에셋증권 인도 법인의 개인고객 계좌 수는 약 227만 개로 쉐어칸 인수 후 총 계좌 수는 500만 개로 늘어날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14억 명이 넘는 인구 중 주식 계좌를 가진 비중은 10%, 활성화 계좌는 3% 수준에 불과해 확장 가능성이 높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인도 기업금융(IB) 시장 진출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내비쳐온 박 회장만의 청사진이 공유됐을 가능성도 높다. 최근 미래에셋증권은 미래에셋쉐어칸에 3000억 원 증자를 완료하고 IB 업무 역량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브로커리지(위탁매매)와 WM 사업에 강점이 있는 쉐어칸의 강점을 살리면서 IB 부문까지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현지 5위 증권사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다.
아울러 박 회장은 미래에셋자산운용 인도 법인도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2008년 인도에 진출해 현지 9위 운용사로 성장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현지 유일한 독립 외국 자본 운용사로 인도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인도 법인이 현지에서 판매하고 있는 상장지수펀드(ETF) 상품도 순항하는 모습이다.
인도 시가총액 상위 50곳으로 구성된 ‘미래에셋 니프티50’이 대표적이다. 전날 기준 이 상품 운용 자산 규모는 4억 6355만 3600달러(약 6703억 원)다. ‘NYSE FANG+’ 상품과 ‘니프티 미드캡 150’도 각각 3억 839만 5900달러(약 4458억 원), 1억 589만 9300달러(약 1530억 원)를 기록했다. 세 가지 상품의 총 운용 자산 규모만 8억 7784만 8800달러(약 1조 2691억 원)에 달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박 회장의 방문을 계기로 미래에셋의 인도 시장 확대 전략에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래에셋은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8년에도 인도 시장에서 철수하지 않고 현지화 전략 등을 통해 존재감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현재 국내 증권사 중 인도에 진출한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이 유일하다.
미래에셋이 인도 시장에 공을 들이는 가장 큰 이유는 ‘잠재 성장성’이다. 인도 주식시장 시가총액은 5조 달러를 넘어서며 글로벌 증시에서 홍콩을 제치고 미국·중국·일본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인도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7% 수준으로 글로벌 평균 성장세(3%)보다 높다.
미래에셋증권이 발표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 따르면 인도 쉐어칸 인수를 시작으로 글로벌 사업에서 연간 1000억 원 이상 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기자본의 40%를 배분한 글로벌 사업이 본격적인 궤도에 진입해 2027년부터 글로벌 사업 세전 이익 5000억 원 이상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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