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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데이터 규제에 골든타임 놓칠라

진동영 테크성장부 차장





“중국이 부럽긴 하죠. 자국 산업 발전을 우선한다는 확실한 신호를 주니까요. 우리는 현장에서 ‘이 절차대로 해도 되는지’ 고민이 들 때 방어적으로 소극적인 결론을 내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한 걸음씩 뒤처지는 겁니다.”

최근 만난 정보기술(IT) 업계의 한 임원은 개인정보를 비롯한 데이터 보호 정책이 지나치게 엄격해 기업의 부담이 커진다며 이같이 토로했다. 글로벌 경쟁사는 앞으로 치고나가는데 국내 기업들은 ‘홈그라운드’에서조차 이점을 챙기지 못하고 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달 초 열린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기업 간 간담회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왔다. 인공지능(AI), 온라인 유통 등 다양한 업계 관계자들은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데이터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요청을 쏟아냈다. 참석한 한 대기업 임원은 “기업의 애로 사항을 반영해준다면 미국·중국 경쟁사에 더 잘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루가 다르게 기술 선두가 바뀌는 AI 업계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데이터 규제 해소에 대한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미중 분쟁이 격화하고 선도국 간 기술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면서 주요 선진국들은 AI 규범 논의보다 기술 패권을 우선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중이다. 지난달 프랑스에서 열린 ‘파리 AI 행동 정상회의’에서 미국은 “과도한 AI 규제로 혁신 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며 정상 선언문에 불참했다. 중국은 처음부터 기술 혁신에 온 힘을 쏟고 있다. AI 윤리 규범에 집중하던 각국의 무게추가 ‘기술 발전’으로 확연히 기우는 모습이다.

AI 기술 추격을 위해서는 ‘AI의 석유’로 불리는 데이터의 확보와 원활한 활용이 필수적이다. 국내에서는 개인정보보호법과 저작권법 등 규제로 데이터 확보에 대한 제약이 상당하다. 정부의 규제 해소 의지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체감하는 수준은 여전히 ‘글로벌 스탠더드’에 한참 부족하다는 게 중론이다. 기업 지원을 위해 내놓은 해설서(가이드라인)는 분량이 방대해 업무 혼란을 오히려 가중한다는 반응도 나온다. 대기업에 비해 여력이 부족한 스타트업들은 기술 개발보다 규제 관련 가이드를 분석하는 데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규제 해석과 가이드 분석을 위한 법률 자문을 위해 채용 규모를 줄인 스타트업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개인정보위를 중심으로 정부 부처가 이 같은 흐름을 읽고 빠르게 개선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는 점은 다행이지만 중요한 것은 속도다. 데이터 활용과 보호는 반드시 상충하는 개념이 아니다. 개인정보를 비롯한 데이터 보호를 이뤄가되 정부가 앞장서서 기업의 지름길을 터주는 것이 중요하다. 관련 부처의 관리·감독만으로 부족하다면 국회가 나서서 제도 보완을 이뤄야 한다.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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