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운용사들을 중심으로 일어난 상장지수펀드(ETF) 출혈 경쟁의 불길이 중견 운용사 등 아랫동네까지 번지고 있다. 순자산이 1조 5000억 원이 채 되지 않는 하나자산운용이 업계 최저 총보수비용(TER·총보수+기타비용)으로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추종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를 결정하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투자 설명서에 총보수가 낮게 써있어도 기타비용을 합한 실제 총보수비용은 오를 수 있다면서 운용 성과를 지켜보고 투자에 임할 것을 권고했다.
9일 전자정보 공시시스템에 올라온 투자 설명서에 따르면 하나운용이 출시 준비 중인 ‘하나1Q미국S&P500’ ETF의 총보수비용은 0.0645%이다. 투자 설명서 기준 업계 최저인 미래에셋운용의 0.0868%보다 0.0223%포인트 낮다.
총보수비용은 운용보수, 신탁보수, 사무관리보수, 지정참가회사보수를 모두 더한 총보수에 지수 사용료, 회계 감사비, 해외 보관비 등 기타 비용을 더한 금액이다. 하나운용은 기타 비용 절감으로 투자자 부담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실제 하나1Q미국S&P500의 총보수는 0.0055%로 KB운용(0.0047%)보다 높았다.
하나운용이 비용 부담에도 불구하고 총보수비용을 낮춘 것은 노후 대비 차원에서 해외 지수형 ETF를 적립 매수하는 개인 투자자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은 7일 기준 최근 1년간 ‘TIGER 미국S&P500’ ETF 2조 2868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는 주식형 ETF 중 순매수 규모 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홍보와 마케팅 면에서 절대적으로 밀리는 상황 속 대형 운용사들이 잇달아 총보수를 내리며 출혈 경쟁이 격화했다"며 "후발 주자로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총보수 외에 기타비용은 상황에 따라 오를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제 거래소에 명시된 운용사 별(삼성·미래·KB·한투운용) S&P500 ETF의 실제 총보수비용은 모두 각 사 투자 설명서에 적혀 있는 비용보다 높았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향후 운용 과정에서 추가로 발생하는 증권 거래비용이 더해진 매매·중개수수료까지 포함할 경우 투자자들이 실제 부담하는 비용은 더 커진다"며 "잠시 기다렸다가 각 사 상품의 수익률을 비교해 본 뒤 투자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고 밝혔다.
하나운용은 2023년 김태우 하나운용 대표 취임 이후 브랜드명 교체와 대대적인 조직 재정비에 나서며 ETF 시장 공략을 준비했다. 올 1월에는 지난해 한투운용을 ETF 시장 4위에서 3위로 끌어 올린 주역 중 한 명인 김승현 전 한투운용 ETF컨설팅담당을 ETF 총괄본부장으로 영입했다. 올해부터는 퇴직연금 기반 상품 라인업을 강화해 ETF 시장 내 영향력을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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