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신문의 4대 금융지주사 2024회계연도 감사 보고서 분석은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의 분석 방식을 활용해 △노동 △판매 △원가 △위험관리 △투자 △시장 경쟁력을 비교했다. 그 결과 4대 금융지주 가운데 KB금융의 노동·원가 경쟁력 지표가 준수한 모습을 보였다. 넓은 영업망을 바탕으로 요구불예금과 같은 저원가성 예금을 적극 유치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KB금융의 판매 경쟁력(일반관리비 차감 전 영업이익 대비 일반관리비)은 46.3%로 나타났다. 신한(48.6%)과 하나(48.3%), 우리(51.2%)와 비교하면 2~5%포인트가량 낮은 수치다. 이 수치가 낮을수록 관리 비용 대비 이익률이 높다는 뜻이다.
일반관리비에는 광고선전비와 공과금·임차료가 포함된다. 금융지주사는 인건비 비중이 60%가량 된다. 판매 경쟁력 지표가 낮을수록 인건비 대비 생산성이 높은 구조다.
KB의 이자·수수료 수익 성장률은 4.2%로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낮다. 그럼에도 높은 원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예적금 관리 역량 때문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KB의 예수부채(고객들이 금융기관에 맡긴 예적금) 중 원화 요구불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35.9%로 신한(31.8%)과 하나(4.9%)에 비해 훨씬 높다. 요구불예금은 예금자가 얼마든지 꺼내 쓸 수 있는 예금으로 대표적인 저원가성 예금으로 꼽힌다. KB국민은행의 영업 점포 수(2024년 9월 말 기준)는 798곳으로 신한(708곳), 우리(684곳), 하나(602곳)보다 많다. KB금융지주의 전체 예적금(예수부채) 역시 지난해 말 기준 436조 원으로 금융지주 중 가장 많다.
KB의 순이자마진(NIM)은 2023년 말 2.08%에서 지난해 말 1.98%로 하락했지만 1.6~1.8%대인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대 교수는 “대출 총량 규제를 고려하면 이자이익 의존도가 큰 금융지주사 입장에서 저원가성 예금 비중 관리가 중요한 과제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우리금융의 인건비 대비 영업이익(노동 경쟁력)은 1.55배로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낮았다. 이는 KB와 정반대의 이유 때문이다. 우리금융지주가 관리하는 예적금 중 원화 요구불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1%에 불과하다. 지난해 말 기준 NIM도 1.66%로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낮았다. 사내정치로 지배구조가 자주 흔들리는 것 또한 원인으로 꼽힌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우리금융의 부실여신(NPL) 커버리지비율은 153%로 업계 최고”라며 “불확실성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금융은 이자·수수료 수익 증가율이 7.2%로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가팔랐다. 비교적 마진율이 높은 수수료 수익의 성장률(12%)이 이자수익(6.6%)보다 높다는 점도 우리금융 입장에서 긍정적인 대목이다. 우리금융의 이자·수수료 수익 원가 경쟁력(44.1%)이 신한(42.1%)이나 하나(40.5%)보다 좋았다.
전체 이자수익에서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이 차지하는 비중(위험관리력)은 하나가 2023년(6.7%)에 이어 2024년(5.1%)에도 가장 낮았다. KB(10.8%→6.7%), 신한(8.1%→6.9%), 우리(9.2%→7.8%) 역시 전년보다 위험관리력 지표가 내림세를 보였다. 금융사들이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을 높게 잡고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김 교수는 “이자이익 수준과 비교하면 대체로 신용 위험을 보수적으로 잡는 경향이 있어 보인다”고 해석했다.
4대 지주에서 공통적으로 투자수익률이 낮게 나타난 것은 숙제다. 지난해 각 금융지주사의 금융·투자자산의 자산 대비 순익은 0.7~1.5% 수준에 불과했다. 대출채권 대비 이자이익률이 2.2~2.7%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이자 장사에 쏠려 있다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정 교수는 “4대 지주의 이자·수수료 이익 마진율은 전반적으로 40%를 넘는다”며 “금융회사라면 투자수익률이 높은 것이 더 바람직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금융지주사 과점 체제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국민들에게 저렴한 예금이자를 지급하고 기업들에 고액 대출을 내주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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