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당국이 하마스를 압박하기 위해 가자지구에 대한 전력 공급을 중단했다.
9일(현지 시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엘리 코헨 이스라엘 에너지장관은 전력 차단을 지시하며 "모든 인질이 돌아올 수 있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당분간 가자지구의 식수 공급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팔레스타인 인권단체 '기샤'에 따르면, 가자 중부 데이르알발라의 해수 담수화 시설은 하루 평균 1만8000톤의 식수를 공급했으나 전력 공급 중단으로 디젤 발전기를 가동하면 공급량이 하루 2500톤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스라엘 공영 칸 방송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철군 없이 추가 인질 석방을 끌어내기 위해 전기와 수도 공급을 끊고 가자지구를 강도 높게 봉쇄하는 '지옥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마스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하젬 카셈 하마스 대변인은 AFP통신을 통해 인도주의적 구호물자 반입을 즉각 재개할 것을 촉구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1단계는 지난 1일 만료됐으며, 이후 휴전 연장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미국 중동특사 스티브 위트코프는 약 50일간의 휴전 연장과 단계적 인질 석방 방안을 제시했으나, 하마스는 당초 합의대로 2단계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10일 카타르에 휴전 협상 대표단을 보낼 계획이며, 위트코프 특사도 11일 카타르 도하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스라엘은 구호품 반입과 전기 공급을 차단하는 동시에 가자지구 곳곳을 지속적으로 폭격하는 등 무력을 동원한 압박도 강화하고 있다.
최근 하마스와 인질 석방 문제를 두고 직접 협상해 온 미국 백악관 인질 특사 애덤 볼러는 언론 인터뷰에서 "하마스가 5~10년 장기 휴전을 제안했다"며 "미국인을 포함한 모든 인질 석방이 몇 주 내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장기 휴전이 "아주 가깝다"고 말하면서도 인질 석방과 하마스 무장 해제 등 여러 조건을 언급했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 정부의 극우 인사인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은 가자지구 주민 220만 명을 제3국으로 이주시켜 '중동의 리비에라'로 개발하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제안이 구체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스라엘 정부가 가자지구를 떠나길 원하는 주민들을 돕기 위한 '이민국'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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