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찾은 경기도 수원시 삼성전자(005930) 연구소. 4층 연구실에 들어서니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 소속 연구원들이 플라스크 안에 든 용액 속에서 입자를 만드는 작업을 반복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온도를 조절하고 투입 물질을 바꿔가며 공들여 만든 물질을 가까이 들여다봤지만 맨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입자의 정체는 바로 퀀텀닷(QD).
수 ㎚(나노미터·10억분의 1m)에 불과한 이 입자는 발광다이오드(LED) 광원이 TV 필름을 통과할 때 갖가지 색으로 바뀌는 역할을 하는데 삼성전자가 독보적 기술을 자랑하는 QLED TV의 품질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삼성이 2015년 개발한 QD 기술은 삼성의 TV 초격차를 또 한번 굳건하게 했다. 원래 QD의 주 재료인 카드뮴은 비싸고 밝은 빛을 견디지 못했다. VD사업부는 2013년 불가능해 보이던 카드뮴 없는 QD 개발에 착수해 2년 만에 성공했다. 경쟁사들은 여전히 삼성에 비견할 카드뮴 없는 QD를 개발하지 못해 TV의 초격차 기술이 굳건히 유지되고 있다.
삼성은 새로운 10년의 초격차를 만들어 낼 ‘넥스트 QD’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후보 기술로는 홀로그램 디스플레이와 무안경 3차원(3D), 투명 디스플레이, 전자 종이(이페이퍼) 등이 꼽힌다. 일단 상용화가 가깝고 시장성이 높은 기술은 이페이퍼와 무안경 3D 기술. 종이지만 전기신호를 통해 잉크를 변화시킬 수 있는 이페이퍼는 종이의 역할을 대체할 만큼 사업성이 클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은 소비 전력을 낮추고 휴대성을 높이는 데 연구력을 집중하고 있다.
손상현 삼성전자 VD사업부 선행디스플레이랩장은 “어떤 가격표를 매기든 납득할 수 있는 신제품을 개발하는 게 목표”라며 “불가능해 보일 만큼 목표를 높게 잡고 끈기 있게 달성해온 것이 10년 넘게 초격차를 유지한 비결”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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