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회장과 연합군을 형성해 고려아연(010130) 경영권 방어에 나서고 있는 베인캐피탈이 지금까지 이 회사 지분 매수에만 총 4200억 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베인캐피탈은 영풍·MBK파트너스와 지분 경쟁이 최고조로 치닫던 지난해 12월 주가가 200만 원이 넘을 때에도 장내 매수를 이어갔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베인캐피탈은 지난해 12월에만 고려아연 주식 9만7782주를 추가 장내매수하며 지분율을 2.02%까지 끌어올렸다. 특히 베인은 12월 6일엔 3510주를 주당 204만 원이 넘는 가격에 인수하기도 했다. 당시 고려아연 주가는 양측의 장내매수 경쟁이 최고조로 치달으면서 역대 최고가인 200만 원(종가 기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베인은 장중 이보다 더 높은 가격에도 아랑곳 않고 지분을 사들였다.
베인은 앞서 지난해 10월 고려아연과 함께 3조6852억 원 규모의 자사주 공개매수 계획을 발표하며 영풍·MBK 연합에 맞서려는 최 회장 측과 손 잡았다. 당시 알려진 주주간계약에 따르면 최 회장은 본인 보유 지분 중 상당수를 베인 측에 담보로 제공했다. 베인은 이 주주간계약에 따라 총 4600억 원을 투입해 지분 2.5% 이상을 취득한다는 계획을 공시했다.
베인은 지난해 10월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 1.41%를 총 2600억 원에 취득했으며 이후 장내매수를 지속하면서 지금까지 총 41만9082주(2.02%)를 확보했다. 현재까지 공개매수와 장내매수를 통틀어 총 4202억 원을 투입한 것으로 집계된다. 주당 평균 매입가는 100만 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베인의 고려아연 지분 매수 가능 자금이 턱 밑까지 찬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IB 업계 관계자는 "최초 지분 매입 계획 공시 때 최대 4600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설명했는데 이미 4200억 원을 썼다"면서 "최 회장측 지분 담보가 추가로 제공되지 않으면 자금을 더 투입하는 것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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