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 달 탐사 위성 다누리가 최대 위기를 맞았다. 오는 14일 오후(한국시간) 예정된 개기월식으로 인해 사실상 전원을 끈 상태로 최소 3시간 이상 극저온의 우주 공간에 홀로 남겨지게 되기 때문이다. 만약 이 시간동안 다누리의 배터리가 방전되면 다누리는 2027년 말로 예정된 연장 임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중력에 의해 달로 추락해 우주 쓰레기가 된다. 다누리를 운영하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지난달부터 개기월식 중 다누리가 버틸 수 있도록 두 차례의 리허설을 진행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지만, 국내에서 위성이 개기월식을 맞이하는 건 이번이 처음인 만큼 내부적 긴장감이 크게 고조된 상황이다.
항우연에 따르면 다누리는 오는 14일 오후 2시께 ‘절전 모드’로 전환된다. 이날 예정된 개기월식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개기월식은 태양, 지구, 달이 정확히 일직선상에 놓여 달이 지구의 본그림자(본영)에 완전히 가려지는 현상이다.
다누리의 본체에는 태양 전지판이 붙어 있다. 이 태양 전지판을 이용해 낮 동안 또 다른 본체 부품인 배터리를 충전해 사용하며 임무를 수행한다. 개기월식이 시작되면 태양 빛이 가려지기 때문에 배터리를 충전할 수 없다. 따라서 배터리를 사용하다 방전이 되면 영영 지구와 교신할 수 없다. 항우연은 이같은 상황을 막기 위해 지난 2월부터 두 차례 리허설을 거쳐 대응 방안을 마련했다. 우선 연구진은 14일 개기월식이 시작되면 ‘파워세이빙(절전)’ 모드로 전환해 생존에 필요없는 모든 부품의 전원을 종료시키고, 배터리 사용을 최소화 한다.
전원을 끄면 다누리의 온도를 적정하게 유지시켜주는 히터도 작동하지 않는다. 햇빛이 비치지 않을 때 다누리가 있는 우주의 기온은 영하 150도 수준까지 떨어지기 때문에 평소 다누리는 내부 곳곳에 부착된 전기 장판처럼 얇은 히터를 작동해 극한의 저온을 견뎌 왔다. 히터는 배터리를 가장 많이 소모하는 부품 중 하나로, 개기월식이 시작되면 히터도 꺼둘 수밖에 없다. 항우연은 이 상황에 대비해 13일 오후부터 약 20시간 동안 위성체를 예열 시킬 예정이다. 위성체를 최대한 뜨겁게 만들어 개기월식이 시작된 후 식는 속도를 늦추는 것이다. 히터는 위성체가 더 이상 차가워지면 안 되는 온도에 진입했을 때 자동으로 다시 작동한다. 이때부터 다누리는 다시 전력을 소모하기 시작한다. 변수는 이미 사용 가능 시간이 크게 줄어든 배터리가 충전 없이 버틸 수 있을지 여부다. 배터리는 마치 자동차 배터리처럼 충전과 방전을 반복할 경우 사용 가능 시간이 줄어든다. 당초 2022년 8월 발사 당시 항우연은 다누리의 목표 임무 수행 기간인 1년에 맞춰 5000회 정도의 충·방전이 가능한 배터리를 탑재했다. 하지만 지난 2023년과 올해 두 차례 임무가 연장 됐고, 임무를 2027년 말까지 수행하게 되면서 ‘개기월식’이라는 계획에 없던 변수가 생겼다. 임무 연장으로 배터리는 이미 8000회 정도 사용 됐으며, 최대 사용 가능 시간도 다소 줄었다. 항우연 연구진은 현재 배터리의 용량이 60~70% 정도 남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누리의 배터리는 개기월식이 끝날 무렵인 오후 5시께 태양광을 받아 다시 조금씩 충전되기 시작한다. 항우연은 이를 위해 지난 2월 다누리의 위치를 기존 달 상공 100㎞에서 60㎞로 낮추고, 궤도를 조정했다. 개기월식이 끝난 직후 다누리가 태양을 마주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에 위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충전이 시작되면 다누리와 교신을 시작해 생존 여부를 확인한다. 만약 교신이 되지 않는다면 다누리는 달 궤도를 수 개월간 천천히 돌다 달 표면에 떨어진다.
개기월식이 시작되는 14일 항우연 다누리 관제실에는 지금까지 다누리 운영에 관여한 운영 연구진과 협력업체 담당자 들이 모일 예정이다. 다누리 발사 이후 관제실에 이렇게 관계자들이 모두 모이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개기월식은 이번이 끝이 아니다. 오는 9월과 내년 3월에도 예정돼 있다. 다만 항우연 연구진들은 첫 개기월식 고비를 넘기면 이후에는 비교적 수월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문진 항우연 다누리 관제 총괄 책임연구원은 “두 차례 임무를 연장하면서 다양한 위험이 크게 증가한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다누리는 현재 원래 계획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기간 동안 임무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만약 임무가 급하게 종료 되더라도 그 자체로 큰 성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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