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3월 초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소폭 증가했다는 낭보에도 통상 당국은 굳은 표정을 풀지 못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 부과가 현실로 다가온 데다,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도 주춤하기 때문입니다.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으로의 수출 역시 올해 들어 줄곧 감소세라 고심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12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 1월 1일부터 3월 10일까지 수출은 1155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 감소했습니다. 3월 1~10일 열흘을 떼어놓고 보면 139억 달러로 2.9% 증가했습니다. 조업일수를 감안한 일평균 수출액은 25억 2000만 달러로 12.3%의 증가율을 기록했습니다.
앞서 1월 수출은 10.3% 감소하면서 15개월째 이어진 ‘수출 플러스’ 흐름이 끊긴 바 있습니다. 2월 일평균 수출도 5.9% 쪼그라들었습니다. 3월 초순 수출에 겨우 한숨을 돌린 이유입니다.
그러나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니 이달에도 결코 방심할 수 없어 보였습니다. 열흘간 반도체 수출은 27억 5100만 달러로 0.03% 늘었습니다. 사실상 제자리걸음한 것이죠. 관세청이 세 장 분량의 보도자료에서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기재한 것은 반도체 수출 증가율이 유일했습니다.
이런 ‘과잉 친절’은 이를 반올림할 경우 0.0% 보합에 그치기 때문일 것입니다. 지난해 역대 최대 수출 실적을 견인한 반도체 수출은 지난달 16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습니다. 이에 앞으로 남은 20일간의 반도체 수출에 더욱더 눈길이 갈 수밖에 없어졌습니다.
같은 기간 대중 수출은 27억 100만 달러로 6.6% 줄었습니다. 1월(14.0%)과 2월(1.4%)에도 대중 수출이 감소하면서 월간 수출액이 100억 달러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중 수출의 우회 기지인 홍콩향 수출 감소 폭은 23.7%로 더 가팔랐습니다. 홍콩은 한국에서 수입한 제품 중 상당수를 중국으로 재수출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의 수출 가도에 부정적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는 가운데 진짜 위기는 지금부터입니다. 미국 동부 시간 기준 12일 0시부로 한국이 미국으로 철강을 수출할 때 적용받아온 263만 톤의 ‘무관세 쿼터’가 사라지고 25%의 관세 부과가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대미 철강 수출은 48억 3100만 달러 규모였습니다. 한국의 전체 철강 수출에서 미국 비중은 13% 수준으로 적지 않습니다. 이에 금융감독원도 10일 금융안정지원국을 중심으로 철강 산업의 현황과 리스크 요인을 점검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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