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우크라이나가 ‘30일 휴전’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최종 결정의 공이 사실상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넘어간 가운데 러시아가 유럽 평화유지군 주둔 반대 등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협상력을 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1일(현지 시간) 미국의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마이크 왈츠 국가안보보좌관 등과 우크라이나의 안드리 예르마크 대통령 비서실장, 안드리 시비하 외무장관, 루스템 우메로우 국방부 장관 등은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가진 고위급 회담에서 두 나라가 우크라이나 전쟁 30일 휴전을 추진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두 나라는 이날 9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를 거쳤다.
양국은 성명에서 “우크라이나는 미국이 제안한 즉각적인 30일 간의 임시 휴전을 수락할 준비가 됐고 이는 당사자들의 상호 합의에 따라 연장될 수 있다”며 “러시아의 수락과 이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상호주의가 평화 달성의 열쇠라는 점에 대해 러시아와 소통할 것”이라며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정보 공유 중단 조치를 즉시 해제하고 안보(무기) 지원을 재개한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의 장기적 안보를 보장하고 광물 자원을 공동으로 개발한다는 내용의 양국 정상 간 포괄적 협정도 가능한 한 빨리 체결하기로 했다고도 알렸다. 회담에서는 전쟁 포로 교환, 민간인 수감자 석방, 러시아로 강제 이송된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의 귀국 방안 등도 논의했다.
공동성명 발표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제 우리는 러시아로 가야 한다"며 “탱고는 둘이서 춰야 하고 푸틴 대통령도 동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러시아 당국자가 11일이나 12일에 만날 것”이라며 “이번 주 자신도 푸틴 대통령과 통화할 계획”이라고도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백악관에 다시 초대할 것이냐는 질문에도 “물론이다”라고 긍정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회동 결과가 알려진 후 “제안을 환영한다”며 “미국은 러시아가 합의안을 이행하도록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외교가에서는 러시아가 양국 합의안을 즉각 받아들일지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나왔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 유럽 국가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자신만의 조건들을 제시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러시아는 영국과 프랑스가 추진하는 유럽 평화유지군의 우크라이나 주둔을 그간 거부했다. 또 점령한 영토 계속 유지,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포기와 대통령 재선거 등을 종전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존 허브스트 전 주우크라이나 미국 대사는 “푸틴 대통령이 양국 계획을 완전히 거부하고 재협상을 시도하거나 합의안이 우크라이나가 점령한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 영토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말할 수도 있다”며 “러시아가 해당 입장을 고수하면 트럼프 행정부는 뭐라고 할 텐가”라고 되물었다. 러시아의 외교 전문가 표도르 루키야노프도 블룸버그통신을 통해 “공동 성명에 쓰인 표현은 누구도 만족시킬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루키야노프는 “러시아는 항구적인 평화를 위한 조건들이 합의될 때까지 휴전은 없을 것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며 “성명에는 어떤 조건도 명시돼 있지 않기에 모든 것은 나중에 합의해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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