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 후반 외국인 근로자의 유입 덕택에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0.08%, 약 1조5000억원 규모로 한국의 국민소득이 증가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12일 한국재정학회에 따르면 서영빈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원과 김형진 이민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재정학연구에 실린 '외국인 근로자가 기업의 투자와 고용에 미치는 영향과 이민 잉여 추정' 논문에서 이같이 밝혔다.
논문은 2015∼2019년 한국노동연구원의 사업체패널 자료, 한국은행의 피용자보수비율 등 자료에 기업 개별 특성을 통제한 고정효과모형 수식을 적용해 외국인 근로자의 유입 영향을 분석했다.
일단 외국인 근로자가 투자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취업비자가 있는 외국인 근로자는 기업의 투자에 양의 방향으로 유의한 영향을 미쳤다. 반면 산업연수생, 고용허가제 적용자, 방문취업자 등은 기업 투자에 10% 유의수준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됐다.
논문은 "숙련도가 높은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이 증가할 때 기업 투자가 유의하게 증가했으나, 숙련도가 낮은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증가는 기업 투자 증가를 가져오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고용 영향을 분석한 결과, 외국인 근로자는 기업의 고용을 양의 방향으로 유의하게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외국인 근로자가 내국인 근로자의 고용을 유의하게 감소시키지는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아울러 내국인 근로자의 고용이 증가할 때는 임금이 유의하게 감소했지만,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은 임금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도 나타났다.
논문은 "선행 연구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는 상대적으로 내국인에 비해 언어 능력이 부족하므로 내국인은 임금이 더 높은 소통 직무로 재배치되는 현상이 나타난다"며 "이를 통해 외국인 근로자가 들어왔을 때 부정적인 임금 효과를 상쇄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고용 효과를 추정한 계수를 이용해 '이민잉여'(이민자의 생산을 통해 자국민에게 귀속되는 국민소득 증가분)를 추정한 결과, 유입된 외국인 근로자는 국내 GDP의 0.08%(연 평균 약 1조5000억원)에 해당하는 경제적 이익을 창출했다고 분석했다.
선행연구에 따르면 이같은 소득 증가분은 미국의 경우 1995년 GDP의 0.1%로 분석됐다. 한국의 수준은 약 20여년 전의 미국보다 낮은 셈이다.
논문은 "현재 한국의 GDP 대비 이민잉여는 그다지 크지 않은 수준으로, 이민 정책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면 경제적 효과가 커질 여지가 크다고 해석할 수 있다"며 "저출산·고령화에 이은 인구 감소로 나타나는 부정적 경제 충격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높은 숙련도의 외국인 근로자의 유입과 함께 저숙련 외국인 근로자·유학생이 국내에서 체류하는 기간에 인적자본을 축적하여 고숙련 근로자가 될 수 있도록 노동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산업과 업종별로 외국인과 내국인 사이의 대체성 또는 보완성 여부 등을 분석하고 적정한 수준의 노동 유입 규모를 추산하는 등 연구가 충분히 이뤄져 이민 문호 확대의 긍정적인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