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김 모 씨는 지난달 2년간 다니던 부산의 한 마케팅 업체에서 퇴사하고 대학원에 입학했다. 가뜩이나 급여 수준이 낮은데 회사가 추가 수당이나 숙소 지원과 같은 대책 없이 그를 서울지사로 발령을 냈기 때문이다. 김 씨는 “회사를 그만두고 석사를 마친 뒤 몸값을 올리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사실상 취업을 포기한 청년(15~29세) ‘쉬었음’ 인구가 2003년 1월 관련 통계를 작성한 뒤 처음으로 50만 명을 돌파했다. 청년 취업 한파가 점점 더 매서워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통계청이 내놓은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청년층 ‘쉬었음’ 인구는 50만 4000명으로 1년 전보다 6만 1000명 늘었다. ‘쉬었음’ 인구는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채 말 그대로 그냥 쉬고 있는 상태를 뜻한다. 청년층이 직면하고 있는 고용 한파가 통계에서도 드러난 것이다.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는 2817만 9000명으로 전년 같은 달과 비교하면 13만 6000명 증가했다.
청년층의 쉬었음 인구가 급증한 배경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꼽힌다. 먼저 기업들의 채용 방식 변화다. 과거 대기업들은 수백 명에서 수천 명의 인원을 상·하반기에 나눠 공채 형식으로 선발해왔지만 최근에는 필요 인력이 발생할 때마다 수시 채용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장주성 기획재정부 인력정책과장은 “기업의 수시 경력직 채용 경향이 확대되면서 신규 채용이 줄어들고 있다”며 “그에 따라 구직 기간이 증가하면서 구직이나 이·전직 기간에서 쉬었음에 편입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수 침체의 여파로 취업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20대 청년층이 비경제활동인구에 계속 머무르려는 경향이 짙어진 점 또한 원인으로 꼽힌다. 장 과장은 “청년층의 쉬었음 인구 가운데 60%는 직장 겸험이나 1년 내 취직 계획이 있는 것으로 조사된 반면 40%는 노동시장에 참여할 의욕이 없는 층으로 분류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년층의 취업자 수와 고용률도 4년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달 청년층 취업자는 355만 7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만 5000명 줄었다. 감소 폭은 2021년 1월(31만 4000명) 이후 4년 1개월 만에 최대다. 전 연령대를 통들어서도 가장 감소 폭이 크다.
청년 고용률은 44.3%로 1년 전보다 1.7%포인트 줄었다. 이 역시 2021년 1월(-2.9%포인트) 이후 최대치다. 청년층 실업률은 7%로 2023년 3월(7.1%) 이후 2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청년층 취업 비중이 높은 제조업·건설업이 부진한 것도 청년 고용 한파의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달 제조업에서는 취업자가 7만 4000명 줄면서 지난해 7월 이후 8개월째 감소세가 이어졌다. 건설업 취업자 또한 건설 경기 불황 등의 영향으로 16만 7000명 감소했다. 10개월 연속 전년 대비 마이너스다.
내수 부진이 계속되면서 도매 및 소매업 취업자 역시 6만 5000명 줄었다. 공미숙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청년층 취업자 비중이 높은 게 제조업과 건설·도소매업”이라며 “이 업종이 부진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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