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증권(003460)이 지난해 122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증권사 본업인 위탁매매나 투자은행(IB) 등에서의 실적 개선보다는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평가 손실 축소에 따른 결과라 올해도 ‘무늬만 증권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2일 유화증권이 공시한 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유화증권은 지난해 수수료 수익 186억 원, 영업이익 122억 원, 순이익 178억 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은 2022년 영업손실 29억 원을 기록한 뒤 2년 만에 흑자 전환했고 순이익은 전년(73억 원)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유화증권의 실적 개선은 자산운용 부문(자금관리·유가증권 투자 등의 사업)에서의 손실이 대폭 줄어든 결과다. 유화증권은 2023년 자산운용 부문에서 114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는데 지난해에는 손실이 23억 원으로 줄었다. 리테일이나 상품운용 부문에서는 각각 영업손실 8억 원, 영업이익 150억 원으로 전년과 비슷했다.
이는 유화증권의 실적 개선이 법인 및 개인투자자 대상 위탁매매나 IB 부문에서의 영업 확대에 기인한 것이 아닌 단순히 금융 상품 손실이 감소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예를 들어 지난해 금리 인하 국면에서 유화증권이 보유한 채권 가격이 반등(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비례)하면서 손실 폭이 줄었다. 대표적으로 유화증권이 보유한 상각후원가측정기타금융자산(만기 보유 목적의 사채 등) 대손충당금은 2023년 273억 원에서 지난해 186억 원으로 87억 원 줄었다. 그만큼 영업 비용이 감소하는 셈이다.
부동산 임대료에 대한 수익 의존도도 여전했다. 유화증권의 투자 부동산에서 발생한 임대 수익은 지난해 92억 원으로 전년(77억 원) 대비 19% 늘었다. 이는 유화증권 영업 외 수익의 99.6%를 차지한다.
증권사 본업에서의 실적 확대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배당액은 늘었다. 유화증권은 지난해 총 74억 원을 현금 배당했는데 이는 전년(68억 원) 대비 8.8% 늘어난 수준이다. 배당 확대는 ‘오너 2세’인 윤경립 회장이 통정매매 혐의로 기소당한 뒤 지난해 10월 1심에서 징역 1년 2개월의 유죄 판결을 받아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라 주주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아들인 윤승현 상무는 지난해부터 유화증권 사내이사를 맡았고 꾸준히 보유 지분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윤 상무의 지분율은 6.38%로 전년 말(5.56%) 대비 0.82%포인트 늘었다. 유화증권은 26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윤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할 예정이다. 향후 2년 동안은 아버지와 아들이 모두 사내이사로서 이사회 의결권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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