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시작한 가운데 정부가 이달 중 철강 산업 통상 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특히 미 관세 장벽에 막힌 글로벌 철강 생산 물량이 국내로 밀려들지 않도록 방화벽을 쌓아 대응하기로 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3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이희근 포스코 사장,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 이경호 철강협회 부회장 등과 미국 관세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정부는 우선 국내 시장 가격 교란부터 막기로 했다. 중국·베트남 등에서 생산된 저가 철강재가 국내로 유입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서다. 철강 업계의 한 관계자는 “후판과 스테인리스 강판 등에는 이미 잠정 관세가 매겨졌지만 강관·도금강판 등 2차 가공 제품은 무방비인 상황”이라며 “2차 가공 기업은 종합 철강사에 비해 규모가 작아 저가 공세에 더 취약하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무역위원회가 우회 덤핑 조사 등 무역 구제 수단을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회 덤핑은 이미 덤핑 판정을 받은 상품을 경미하게 변형해 HS코드를 바꿔 수입하는 행위를 일컫는 말이다. 이런 상품에도 반덤핑 관세를 매겨 우리 시장을 보호하는 전략이다. 산업부는 저가 덤핑 제품의 우회 수입이 심각하다는 문제가 제기되자 지난해 제도를 정비해 올해 1월 1일부터 우회 덤핑 조사 제도를 시행 중이다. 충분한 증거가 확보된 경우 무역위는 피해 기업의 제소 없이 직권으로 우회 덤핑 조사를 개시할 수도 있다. 철강 수입 제품 전반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갑작스러운 관세 부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지원도 강화하기로 했다. 실제로 볼트·너트·스프링이나 자동차 부품 등 철강·알루미늄이 포함된 파생상품을 수출하던 기업들은 갑작스러운 관세 부과 소식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기업들은 기존에 체결한 수출 계약마저 흔들리고 있다. 특히 중소·중소기업들은 대기업들과 달리 통상 문제에 대응할 조직이 갖춰져 있지 않아 어려움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미국에 철강·알루미늄 함량을 증빙해야 하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법률·회계 자문과 통관 서류 작성 대행 업무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최대 7200가지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는 수출 바우처도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산업부는 올해 지난해보다 9% 많은 611억 원의 바우처 지원 예산을 편성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