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035720)가 지난 11년 동안 이어온 다음과의 동행에 마침표를 찍기로 한 이유는 끝없이 추락하고 있는 플랫폼 경쟁력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음은 한때 국내 검색 점유율이 40%를 넘으며 ‘국민 포털’로 자리매김했었다. 하지만 모바일로 전환하는 시기에 새로운 환경 적응에 실패하면서 경쟁사인 네이버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구글 등 외산 검색 엔진이 치고 들어오며 다음의 존재감은 미미해졌다.
실제로 웹로그 분석 사이트 인터넷 트렌드에 따르면 국내 웹 검색 시장에서 다음의 평균 점유율(2월 평균치 기준)은 지난 2015년 11.87%에서 2023년 4.85%로 뚝 떨어졌다. 이어 올해 2월에는 2.73%까지 추락하며 집계 이래 최저치(월간 기준)를 경신했다. 다음은 올해 초 12년 만에 로고를 단일 색상으로 통합해 리뉴얼하는 등 전면적인 애플리케이션(앱) 개편에 들어갔으나 장기화된 침체를 벗어나는 데 실패했다.
실적 반등이 절실한 카카오로서는 연간 매출이 나날이 떨어지고 있는 다음을 계속 유지하기가 부담스러웠을 것으로 보인다. 격화하는 플랫폼 경쟁 속에서 카카오는 부진한 사업 부문을 털어내며 체력을 비축하는 중이다. 카카오에 따르면 포털비즈(다음)의 연결 기준 매출액은 2022년 4241억 원에서 2023년 3443억 원, 지난해 3322억 원으로 감소 추세다. 한 업계 관계자는 “포털 서비스는 실시간으로 대응이 필요해 적잖은 운영 비용이 든다”며 “매일 투입해야 하는 비용이 상당한 반면 연간 매출이 줄어들고 있어 카카오 입장에서도 고민이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카카오의 다음 분사 결정을 두고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카카오는 지난 2023년 다음을 사내독립기업(CIC)으로 분리했다. CIC는 기업 내부에 사내 벤처와 같은 형태로 운영하는 회사로, 형식상으로는 분사가 아닌 사내 조직 형태로 존재한다. 당시에도 카카오 내부에서는 ‘분사는 시간 문제’라는 분위기가 읽혔다. 앞서 카카오가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카카오헬스케어를 CIC로 분리한 후 결국 분사했기 때문이다. 다음CIC 역시 지난해 이름을 콘텐츠CIC로 바꾸면서 체제를 유지하는 듯 했으나 결국 2년 만에 예상대로 분사 수순에 이르게 됐다.
업계 안팎에서는 카카오가 다음을 매각할 가능성도 작지 않다고 보고 있다. 정신아 대표가 카카오의 쇄신 작업을 지휘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적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다음을 정리하는 수순으로 갈 수밖에 없지 않겠냐는 해석이다. ‘쩐의 전쟁’으로 불리는 AI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만큼 자금이 필요한 카카오가 카카오가 다음을 매각해 차기 성장 기반을 마련하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 분사 계획을 공개함과 동시에 김범수 창업자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로 한 결정도 상당한 여파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날 김 창업자는 그룹의 컨트롤 타워인 CA협의체 공동 의장 및 협의체 내 경영쇄신위원회 위원장 자리에서 내려왔다. 이후 CA협의체는 온전히 정 대표가 이끌게 된다. 정 대표는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시세조종 의혹으로 구속된 데 이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며 불확실성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카카오그룹의 체질 개선을 이끌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지난해부터 카카오가 구사하고 있는 ‘선택과 집중’ 전략 역시 정 대표의 리더십이 상당 부분 반영된 부분이다. 앞서 정 대표는 인공지능(AI)과 카카오톡을 핵심 사업으로 분류하고 비주력 사업들을 빠르게 쳐내고 있다. 지난해 카카오게임즈의 세나테크놀로지 지분 매각, 카카오픽코마의 프랑스 법인 철수 등이 그 일환이다. AI 분야에 대해서는 힘을 강하게 싣고 있다. 올해 초 카카오는 AI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 기업 최초로 오픈AI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여기에 연내 기업과소비자간거래(B2C) 서비스 ‘카나나’를 선보일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연내 카카오가 카톡의 ‘샵(#) 검색’에 생성형 AI 기술을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음의 핵심 사업 부문과 겹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다음을 빼고 사업을 재편하기 시작한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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