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완전한 승기를 잡기 전까지는 휴전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미국과의 관계를 의식해 휴전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협상을 일부러 지연시켜 러시아군의 전력을 극대화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경제제재를 지렛대로 러시아의 휴전안 수용을 압박할 태세다.
13일(현지 시간) 푸틴 대통령은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휴전 자체는 옳고 우리는 이를 지지할 것이지만 논의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면서 휴전안의 즉각 수용이 어렵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저녁 스티브 위트코프 미 백악관 중동특사를 만나 관련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타스통신이 14일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러시아군이 쿠르스크의 우크라이나군을 격퇴하고 있는 상황에서 30일간의 휴전은 우크라이나에 매우 유리한 제안”이라며 휴전안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미국은 이달 11일 우크라이나와 전격 합의한 30일 휴전안을 러시아 측에 제안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휴전 기간을 이용해 병력과 무기를 보강하고 전투를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우크라이나는 향후 협상 과정에서 점령 중인 쿠르스크의 일부 지역을 자국 내 러시아 점령지와 교환하려 할 것으로 관측된다.
푸틴 대통령이 지연전술을 펴는 사이 러시아군은 쿠르스크 전장에서 북한군을 앞세운 대규모 공세를 감행하면서 우크라이나군을 몰아내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의 한 정찰부대 지휘관은 “디도스(DDoS·분산서비스 거부) 공격처럼 북한군 장병들이 몰려왔다”고 표현했다.
푸틴 대통령은 쿠르스크에서 확실한 승기를 잡은 뒤 자국에 유리한 조건들을 내걸며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겠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예상되는 휴전 조건으로는 우크라이나의 병력 동원과 무기 수입 제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 무기 공급 중단 등이 꼽힌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세부 사항 논의를 위해 필요하다면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통화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빠른 종전을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희망적이지만 완전하지는 않다”며 “푸틴과 만나서 대화하고 싶다”고 밝혔다.
다만 이날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 은행에 대한 한시적 에너지 거래 허용 조치를 예정대로 종료하며 압박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이 불발될 경우 러시아에 매우 불리한 재정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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