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형 당뇨병 환자가 자살할 위험이 암환자보다 1.8배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당뇨병이 없는 사람과 비교하면 위험도가 2배나 높은 것이다. 1형 당뇨병 환자의 치료를 돕고 심리적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재현·김규리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연구팀은 2006~2020년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활용해 1형 당뇨병 환자, 암환자 및 일반인구 간 자살 위험을 비교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14일 밝혔다.
연구팀은 2009~2015년 1형 당뇨병으로 진단받고 1년 이내 인슐린 처방을 3회 이상, 1~2년 안에 추가 인슐린 처방 기록이 있는 4만 5944명의 성인 환자를 연구 대상으로 선정했다. 나이와 성별 등의 기준이 동일한 성인 중 같은 기간 암 진단을 받은 환자를 비교군으로, 그보다 5배 더 많은 22만 9720명을 기준점이 될 일반인구 집단으로 삼았다.
추적관찰 기간 중 자살로 사망하거나 자살 시도로 입원 치료를 받은 환자는 1형 당뇨병 환자 그룹에서 10만 인년당 252.89건(10만 명을 1년간 관찰했을 때의 발병률), 암 환자에서 141.44건이었다. 당뇨병 또는 암이 없는 일반인구에서는 129.6건으로 집계됐다.
연구팀은 1형 당뇨병이 미친 악영향을 정교하게 측정하기 위해 연령과 성별, 소득수준, 거주지는 물론 우울증이나 심혈관질환, 만성 폐·신장질환, 당뇨 합병증 등 자살 위험 요인을 보정해 상대 위험도를 산출했다. 그 결과 1형 당뇨병 환자가 자살을 시도해 입원하거나 실제 사망에 이르는 위험이 일반 인구와 암 환자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암은 국내 사망원인 1위다. 암 환자들은 스트레스에 빈번하게 노출되지만 치료법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생존율이 덩달아 높아지는 추세다. 그에 반해 1형 당뇨병은 인슐린을 만들지 못해 혈당 조절 능력을 상실하는 질환으로, 아직까지 근본적인 치료법이 없다. 연구팀은 환자들이 평생 인슐린 주사를 맞느라 일상 생활에서 불편을 겪고 완치가 불가능하다는 절망이 더해지면서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으로 추정했다.
앞서 연구팀이 보고한 다른 연구에서 1형 당뇨병 환자는 건강한 성인보다 음주나 약물을 오남용할 위험이 4배 높았다. 또 우울증 발병은 3배, 성격 및 행동장애 위험은 2.6배 높아지는 등 각종 정신질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김재현 교수는 "1형 당뇨병 성인 환자들이 결국 희망을 포기하는 순간을 맞닥뜨린다는 사실이 의사로서 가장 마음 아프다"며 "환자들의 불편이 큰 만큼 중증난치질환 및 장애 질환 선정 등 제도적 지원 등을 통해 환자들의 투병을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는 1형 당뇨병을 장애로 분류한다. 국내에서도 1형 당뇨병은 완치가 어렵고 치료를 중단할 경우 사망 또는 심각한 장애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이들을 장애인복지법과 같은 제도적 테두리 안에서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두되고 있다. 이번 연구는 내과학저널(Journal of Internal Medicine) 최근호에 실렸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09 또는 자살 예방 SNS 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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