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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막으려 ‘에너지 장벽’ 쌓는 EU… 韓도 덩달아 막힐라[페트로-일렉트로]

12일(현지 시간) 파산 신청을 한 스웨덴 배터리 제조업체 노스볼트의 공장 문이 굳게 닫혀 있다. EPA연합뉴스




※석유(Petro)에서 전기(Electro)까지. 에너지는 경제와 산업, 국제 정세와 기후변화 대응을 파악하는 핵심 키워드입니다. [조양준의 페트로-일렉트로] 구독을 통해 에너지로 이해하는 투자 정보를 만나보세요.

“유럽 배터리 ‘최고의 꿈’이 끝장 났다”(로이터통신)

도산 위기에 처했던 스웨덴 배터리 회사 노스볼트(Northvolt)가 지난주 결국 파산 신청을 했습니다. 유럽 최대 배터리 제조사인 이 회사가 지난해 11월 현금 부족을 이유로 미국에 파산보호(챕터 11)를 요청한지 4개월 만인데요. 배터리 업계에서는 ‘파산은 불가피했다’고 보는 분위기가 짙습니다. 회사 스스로의 경영적 판단 미스도 있겠지만, 근본적인 배경에는 유럽 배터리 시장을 잠식한 중국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배터리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시야를 넓혀보면 유럽의 ‘에너지 독립’이 그만큼 커다란 난관에 부딪혔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페트로-일렉트로]에서는 세계 최대 경제 블록, 유럽의 에너지 현황을 짚어보겠습니다.

위기에 빠진 EU ‘그린에너지 헤게모니’


여기서 잠깐 유럽의 에너지 수급 상황을 한 번 볼까요? 유럽연합(EU) 통계 기구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2022년 기준 EU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62.5%입니다. 유럽도 지하자원이 풍부하다고 보기 어려운 지역이죠. (참고로 한국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2022년 92%입니다.) 석유∙천연가스∙원자력 등 EU의 1차 에너지 생산량은 전반적으로 감소 추세입니다. 그만큼 에너지를 외국에서 수입해야 하는 비중은 늘어나겠죠.

유럽연합(EU)의 1차 에너지 생산량 추이. 재생에너지와 바이오연료(주황색 선)만 유의미한 증가 추세다. 유로스타트(EURO STAT) 캡쳐


그런데 EU에서 증가하고 있는 1차 에너지가 딱 하나 있는데, 바로 재생에너지와 바이오연료입니다. 기후 싱크탱크 엠버의 ‘2025 유럽 전력 보고서’를 보면 EU 역내 재생에너지 생산량이 1300 테라와트시(TWh)로 전체 전력량의 47.4%를 차지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유럽 다수 국가에서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용이 화석연료 발전 비용보다 저렴해지는 ‘그리드 패리티’를 달성할 정도로 재생에너지 여건이 좋기로 이미 유명하고요. 화석연료 매장량 부족이라는 약점을 극복할 대안으로 재생에너지 생산을 꾸준히 확대하는 겁니다. 지난해 말 출범한 EU 집행위원회의 핵심 산업 전략의 명칭도 청정산업딜(Clean Industrial Deal)이죠. EU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55%로 줄이고, 2035년부터는 신규 내연기관 차량 판매를 전면 금지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 역시 재생에너지를 무기로 에너지 주도권을 내주지 않으려는 유럽의 전략 일환으로 봐야 할 겁니다.

죽 쒀서 남 줄 판




그런데 이게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려면 그만큼 EU의 산업이 받쳐줘야 하는데요. 당장 배터리 분야만 봐도 중국의 공세가 무섭습니다. EU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산 점유율은 2019년 10%에서 2023년 40%로 불과 4년 만에 4배나 급속도로 성장했습니다. 이 지점에서 노스볼트의 파산이 등장하는 겁니다. 참고로 잘 아시는 것처럼 유럽에서 중국 배터리가 세를 넓히는 것은 한국 배터리 산업에도 위협이죠.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기준 한국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43.5%로 2023년 대비 5.0% 포인트 감소했습니다.

전기차 배터리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태양광 발전을 위한 태양 전지 분야도 사실상 중국의 독무대이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태양광 패널의 저가 공세에 유럽의 태양광 패널 제조사, 특히 소규모 회사들의 파산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기업의 사정도 마찬가지인데요. 유럽 최대 태양광 패널 기업인 스위스 마이어 버거는 올해 말까지 전 세계 임원 1050명 가운데 19%인 200명을 감축하겠다고 지난해 9월 발표했습니다. 회사 측이 밝힌 이유는 “유럽 태양광 시장의 심각한 가격 인하”, 다시 말해 중국의 저가 공세입니다.

정리하면 애써 재생에너지 산업과 시장을 육성해도 그 과실을 중국이 가져갈 판이라는 겁니다. EU가 이달 5일 역내 친환경 산업을 되살리기 위한 국산 우대 정책, ‘바이 유러피안’을 꺼내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EU는 향후 2년간 18억유로(약 2조8400억 원)를 투입해 배터리 등 유럽의 청정 산업 생산 라인의 확대를 지원할 계획이며, 2030년까지 배터리 가치사슬 전반에서 ‘유럽산(産) 부가가치 비율’을 50%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죽 쒀서 남 줄 판인 에너지 전략을 지키기 위해 보호주의 장벽을 높인 것입니다. 유럽을 주요 시장으로 두고 있는 한국으로서 반가운 소식은 아닐 겁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FP연합뉴스


웃고 있는 푸틴


유럽의 에너지 이야기에서 빠질 수 없는 나라가 하나 있죠. 바로 러시아입니다. 유럽의 청정에너지 비전이 명(明)이라면, 러시아 화석연료에 대한 유럽의 높은 의존도는 암(暗)이자 현실입니다. 핀란드 싱크탱크 ‘에너지·청정대기조사연구소(CREA)’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3년째인 현재 EU의 러시아산 화석연료 수입량은 총 219억 유로(약 35조 원)로 1년 전에 비해 1% 감소했는데요. 2022년 전쟁이 터진 직후 미국과 EU가 러시아산 원유와 가스에 제재를 가한 것이 무색할 정도입니다.

재생에너지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러시아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협상을 계기로 러시아가 유럽에 가스 공급을 재개할 수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어서 인데요. 러시아와 독일을 직방으로 연결한 노르트스트림-2를 통해서입니다. 이를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정부가 논의를 시작했다고 하죠. EU가 공격적인 재생에너지 확대에 나선 계기가 바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화할 때마다 가스를 ‘무기화’하는 행태입니다만, 러시아와와 유럽을 잇는 가스관을 한 기(노르트스트림)도 모자라 추가(노르트스트림-2)했다는 사실 자체가 유럽의 흔들리는 에너지 안보를 보여주는 현주소가 아닐 듯 싶네요.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에너지 독립에 나선 유럽, 이번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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