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동신 한미반도체(042700) 회장이 17일 사재로 30억 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계획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경쟁사를 향해 “유야무야, 흐지부지하는 형국이 될 것”이라며 강도 높은 견제구를 날렸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반도체 장비 경쟁에서 독점 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자 경쟁사에 대한 압도적 기술 격차를 과시해 1강 체제를 끌고 가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곽 회장의 자사주 취득 예정 시기는 4월 15일부터다. 곽 회장이 2023년부터 취득해 온 누적 자사주 규모는 총 423억원 규모로 회사 지분율도 34%로 늘어난다.
곽 회장의 자사주 취득보다 더 관심을 끈 건 그의 발언이다. 그는 “후발업체인 ASMPT, 한화(000880)세미텍과는 상당한 기술력의 차이가 있다” 면서 “ASMPT도 그랬 듯 이번에 SK하이닉스(000660)로부터 수주 받은 한화세미텍도 결국에는 유야무야, 흐지부지하게 소량의 수주만 받아가는 형국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경쟁사들을 향해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독설을 던진 셈인데, 이는 본격화하는 HBM용 TC 본더 경쟁에서 기술 우위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는 한편 초반 기싸움에서 경쟁 기업들을 누르겠다는 의도가 내포된 것으로 분석된다.
수년 전부터 HBM용 TC 본더를 개발해 온 한화세미텍은 세계 최대 HBM 공급사인 SK하이닉스와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6월 SK하이닉스에 한 대의 TC본더를 테스트용 제품으로 제공한 데 이어 최근에는 공시를 통해 SK하이닉스와 210억 원 규모의 TC본더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수년 간 이 분야에서 독점 체제를 구축해 온 한미반도체에 대기업 계열사라는 체급 있는 경쟁 상대가 등장한 것이다.
곽 회장은 이에 대해 “SK하이닉스 등 전세계 고객사를 보유한 한미반도체는 45년의 업력과 120여건에 달하는 HBM용 장비 특허 그리고 세계 최대의 HBM TC본더 생산 캐파를 바탕으로 2025년 TC 본더 300대 이상의 출하를 차질 없이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해 글로벌 HBM 시장 규모는 467억 달러(약 68조원)로 전년의 182억달러(약 26조원) 대비 157%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지난해 전체 D램 시장에서 HBM 매출 비중은 13.6%를 기록했고, 2028년 30.6%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한미반도체는 TC 본더 장비 수요에 맞춰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인천 서구 주안국가산업단지에 총 8만 9530㎡(2만 7083평) 규모의 반도체 장비 생산 클러스터를 갖춘다. 올해 1월 착공한 7공장은 올해 4분기 완공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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