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거래소의 거래 종목이 17일부터 110개로 확대된 가운데 프리마켓(오전 8시~오전 8시 50분)에서 일부 종목이 소수의 거래만으로도 급등락하며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지정가 주문 방식이 적용되는 상황에서 거래량이 부족해 주문 하나하나에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탓이다. 이에 프리마켓이 단타 세력의 시세 조종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넥스트레이드에 따르면 현대건설(000720)은 전날 오전 8시 정각 프리마켓 개장과 동시에 12.88% 급등했다. 전 거래일 종가 기준 3만 2600원이었던 주가는 단숨에 3만 6800원으로 뛰었다. 이에 일부 주주들은 “개미 털기 아니냐” 등 혼란 섞인 성토가 이어졌고 주가 급등의 원인은 8시 00분 23초에 거래가 체결된 1주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제일기획(030000)은 14일 개장과 동시에 가격제한폭(30.46%)까지 급등했으며 이날도 개장 직후 하한가(일일 가격제한폭 최하단)를 찍었다. 모두 거래량은 1주에 불과했다. LG유플러스(032640)도 13일, 에스에프에이(056190)도 14일 모두 상한가를 찍고 다시 급락하는 등 다수 종목들이 단기 변동에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이상거래 현상의 원인은 지정가 주문 방식에 있다. 넥스트레이드의 프리마켓과 애프터마켓(오후 3시 30분~오후 8시)에서는 시장가 주문이 허용되지 않아 투자자는 반드시 원하는 가격을 지정한 다음 주문을 제출해야 한다. 이때 유동성이 부족할 경우 단 1주의 거래라도 기존 체결 가격과 큰 차이가 있으면 해당 가격이 새로운 기준이 돼 주가가 급등 혹은 급락하게 된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추종 매매를 유도한 단타 세력의 움직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추후 기관의 참여 확대로 알고리즘에 의한 추세추종매매(CTA)가 늘어난다면 가격 변동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고 더욱 증폭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정가로 의도적으로 가격을 형성한 뒤 알고리즘이 가격 변화를 감지해 추가 매수·매도에 나서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정확하게 주가가 왜 오르는지, 떨어지는지 이유도 모른 채 주가 흐름만 보고 투자에 나섰다가는 큰 손실을 볼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기관과 외국인투자가의 참여가 저조하면서 넥스트레이드의 거래 실적은 부진한 모습이다. 지난주(10~14일) 넥스트레이드의 거래 대금은 599억 원으로, 전주(4~7일)인 799억 원에 비해 약 200억 원 감소했다. 거래일이 하루 더 많았음에도 거래 대금이 오히려 200억 원가량 줄어든 셈이다. 이 중 개인투자자의 거래액이 587억 원으로 전체 거래대금의 98.03%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비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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