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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처럼 희지 않은 피부색 외 '깔 게 없다'…시대정신 담은 메시지·음악·비주얼·연기력 '압도적'

[리뷰 : 영화 '백설공주']

백설공주 역에 라틴계 레이첼 지글러 캐스팅해 논란

해외 시사회서 인터뷰 등 최소화 불구 언론 호평 쏟아져

태생 등 제외하고 진취적이고 능동적인 백설공주로 재탄생

왕자와 결혼해 왕비에 복수하는 대신 온정 넘쳤던 父 나라 복원

피부색 논란은 원작의 재해석과 충실에 대한 관점에서 빚어져

디즈니의 선택과 이에 반대하는 이들의 갈등도 예술 해석의 일부

뮤지컬 영화 '백설공주'의 스틸컷. 사진 제공=월트디즈니 코리아




디즈니는 올해 주요 라인업에 ‘백설공주’를 올려 놓고도 미국·영국·스페인 등에서 시사회 이후 이뤄지는 인터뷰·레드카펫 행사 등을 최소화했다. 백설공주 역에 라틴계 여배우 레이첼 지글러를 캐스팅하면서 ‘백설공주’의 골수 팬들로부터 비난을 받기 시작했다. 구릿빛 피부의 여배우가 ‘백설공주’에 어울리지 않다는 이유에서 시작된 논란은 이후 지글러의 발언이 구설로 이어졌고, 결국 디즈니가 배우들의 언론 노출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그런데 정작 시사회를 본 해외 언론들이 잇단 호평을 내놓아 작품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감이 높아졌다. 지난 18일 국내 언론 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은 ‘백설공주’는 이름과 달리 눈처럼 희지 않은 피부를 가진 백설공주라는 것 외에는 메시지·음악·비주얼·연기력 등에 있어 소위 말해 ‘깔 게 없는’ 압도적인 작품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5년 시대 정신이 요구하는 메시지, 뮤지컬 영화로서의 미덕, 판타지 동화에서 빠져 나온 듯한 일곱 난쟁이를 비롯해 숲속의 동물 등이 조화를 이뤄, 밝고 희망찬 메시지를 전하는 동시에 깊은 울림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특히 타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 이타심,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여성상, 공동체 의식, 리더로서의 자질 등을 현재 우리 시대가 원하는 서사를 권선징악의 스토리로 풀어낸 마크 웹 감독의 연출력은 탁월했다. 무엇보다 논란이 됐던 백설공주의 피부 색이 몰입을 방해하지 않는다.

뮤지컬 영화 '백설공주'의 스틸컷. 사진 제공=월트디즈니 코리아


‘백설공주’는 1937년 디즈니가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라는 제목의 애니메이션으로 선보였다. 그러나 독일 그림 형제의 ‘백설공주’(1812)가 원작이다. 이번 ‘백설공주’는 원작을 따랐던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와 완전히 다른 서사를 펼친다. 태생을 비롯해 아버지와 어머니가 왕과 왕비이고 어머니가 일찍 세상을 뜬 후 아버지가 아름다운 새 왕비와 결혼을 하면서 겪는 고난 등은 비슷하다.

그러나 왕비가 왕의 자리를 차지해 여왕이 되고, 왕비의 사주로 죽을 고비를 만나지만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백설공주가 난쟁이들과 연대하고 자신의 왕국의 백성들이 겪는 어려움을 헤아리며 여성 리더로서의 면모를 보이며 성장해 디즈니가 탄생시킨 가장 독보적인 공주가 됐다. 특히 원작에서와 달리 백설공주는 왕자와 결혼해 계모이자 왕비에게 불에 달궈진 신발을 신기는 등 복수를 하지 않고 백성들에게 자비를 베풀어 온정이 넘쳤던 아버지의 나라로 복원을 하려 한다. 연출을 맡은 마크 웹 감독은 “'백설공주'는 한 여성이 ‘여성 왕자’로 성장하는 이야기”라고 밝힌 바 있다. 백설공주가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서사의 중심이 성장이라는 것이다.



뮤지컬 영화 '백설공주'의 스틸컷. 사진 제공=월트디즈니 코리아


뮤지컬 영화 '백설공주'의 스틸컷. 사진 제공=월트디즈니 코리아


‘백설공주’ 피부색 논란은 원작의 재해석을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느냐는 문제에서 비롯됐다. 원작에 충실해 그대로 옮긴 작품도 2025년 ‘백설공주’처럼 현재성을 반영한 창조적인 작품도 특정 인종, 성별, 국가 등을 비하하는 게 아닌 이상 충분히 가능하다. 특히 ‘백설공주’의 피부가 원작에서처럼 눈처럼 희어야 하는지, 그렇지 않아도 되는지, 백설공주가 아버지 뒤를 이어 여왕으로 성장하는 변주가 현재에 던지는 화두 등은 예술의 주요한 기능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디즈니는 2023년 ‘인어공주’ 실사판 주인공으로 흑인 여배우 할리 베일리를 캐스팅했고, ‘백설공주’에는 콜롬비아와 폴란드 혼혈인 지글러를 캐스팅해 ‘PC’(Political Correctness·정치적 올바름)·'웍'(woke·사회·정치적 이슈에 대해 민감한 태도)'를 지나치게 의식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받았다. 이러한 비판역시 예술 작품에 대한 해석이라는 점에 있어서 가능한 의견이다. 다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지점은 디즈니의 선택과 디즈니의 선택에 반대 의견을 가진 이들 사이에서 벌어진 갈등의 의미다. 이 갈등의 의미는 바로 우리 사회의 거울이자 담론이기 때문이다. 디즈니가 던진 화두에 한국 관객들은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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