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가계대출을 잡겠다며 총량 관리를 강화하면서 주요 은행의 대출 성장세가 크게 꺾였다. 정책대출 자체를 줄이려는 고민 없이 시중은행의 대출만 조이다 보니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공급돼야 할 주택담보대출이 비정상적으로 취급되고 있는 것이다.
19일 금융계에 따르면 하나은행의 이달 17일 기준 주담대 잔액은 전달 말 대비 1631억 원 감소했다. 다른 변수가 없다면 이달 말 기준으로도 역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지난해 9월 이후 매달 평균 약 5000억 원씩 늘었는데 7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셈이다.
KB국민은행의 17일 기준 주담대 잔액도 전달보다 939억 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2월 한 달 동안 1조 2868억 원이 늘어난 데 비하면 증가 폭이 눈에 띄게 줄었다.
우리은행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액을 연 2조 원, 월평균 1600억 원 수준으로 관리할 예정이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매달 6000억 원가량 대출을 늘렸는데 올해 영업 규모를 대폭 줄인 것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은행들은 고객을 가능한 많이 확보하기 위해 통상 연초 영업에 힘을 쏟는다”면서 “대출을 예년만큼 늘리고 싶어도 당국 눈치에 제대로 영업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는 금융 당국이 올해 시중은행의 대출 총량 증가분을 1~2%로 제한,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사실상 역성장으로 묶어둔 영향으로 풀이된다. 당국이 한발 더 나아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주요 지역별 가계대출 추이를 집중 관리하겠다고 밝힌 만큼 주요 은행의 주담대 영업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정책대출 공급 자체는 조정하지 않고 당국이 시중은행의 주담대만 조정하라고 하니 사실상 창구에서 대출을 할 수가 없다”며 “전체적인 가계대출 관리 정책에 협조해야 하겠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안정적이면서 수익을 낼 수 있는 영업을 못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