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주식 투자 열풍에 국내 증권사들이 발간하는 해외 기업 분석 보고서 수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특히 올 들어서는 그동안 부진했던 중국과 유럽 증시까지 반등하며 일평균 기준 최근 5년 내 가장 많은 해외 기업 종목 보고서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증권사들은 향후 이 같은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 전망하며 인력 확충에 나서고 있다.
19일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발간된 해외 기업 분석 보고서 수는 2935개로 전년 대비 123개 증가했다. 해외 기업 분석 보고서 수는 미국 대표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이 연 26.8%의 상승률을 기록한 2021년 2937개로 치솟은 뒤 다음 해 미국 증시가 폭락하며 2751개로 감소했다. 이후 인공지능(AI) 열풍으로 ‘M7(매그니피센트 7)’ 등 대형 기술주가 급등하며 미국 증시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자 다시 증가 추세다.
올해 미국 증시가 조정 국면에 들어섰음에도 해외 기업 분석 보고서 수요는 여전히 견조하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대형 기술주 위주의 상승장에서 상대적으로 오르지 못한 나머지 493개 종목으로 투자자 관심이 이동하며 분석 보고서 수요는 오히려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해외종목 보고서 일평균 발간 수는 9.83개로 지난해(8.04개) 대비 1.79개 늘었다.
미국 외 세계 주요국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단 점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증시는 올 초 AI 스타트업 ‘딥시크’ 등장과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맞물리며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유럽 역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데다 독일, 영국 등 주요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대규모 재정 정책을 단행하며 호조를 보인다.
시장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국내 투자자의 관심이 해외 주식 시장을 향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국내 증시가 올 들어 저평가를 이유로 상승하고 있긴 하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 세계 주요국 특히 미국 증시 대비 수익률은 여전히 많이 부진하기 때문이다. AI, 전기차, 양자컴퓨팅, 드론 등 향후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산업에서 국내 기업 보다는 해외 업체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잇따른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으로 추락하고 있는 원화 가치도 해외 주식 투자를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다.
실제 한국투자신탁운용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20~2024년)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의 연평균 성장률은 3.45%와 4.22%로 같은 기간 미국 나스닥100(24.85%)과 S&P500(14.71%)을 한참 밑돌았다. 한 운용업계 고위 관계자는 “기술 격차와 중국 기업의 저가 공세로 반도체와 자동차 같은 우리나라 대표 산업들의 미래가 불분명한 상황”이라며 “현재로선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할 만한 국내 기업이 잘 보이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국내 증권사들은 해외 리서치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나섰다. 하나증권은 올 초 리서치센터 내 해외투자 분석실을 신설했다. 해외주식 시장 점유율 1위 키움증권 역시 해외 종목 분석을 담당하는 인원 충원을 고려 중이다. 이외에 교보증권(030610)과 한화투자증권(003530) 역시 관련 인력 확충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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