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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PEF 움츠린 사이…외국계가 '빅딜' 쓸어담아 [시그널]

■글로벌 사모 각축장 된 투자시장

한앤코·IMM 兆단위 펀딩에도 주춤

해외 투자자·자금은 물밀 듯 들어와

워버그핀커스, 건설·물류 1.7조 투입

스틸파트너스 등도 그룹사 매물 눈독

기업 구조조정 성과 해외 유출 우려

워버그핀커스 관계자들이 지난해 열린 아시아 투자자 연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제공=위버그핀커스




국내 사모펀드(PEF) 산업이 20년 차를 맞았으나 홈플러스 사태로 MBK파트너스가 주춤하고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가 출자를 꺼리면서 대형 거래가 글로벌 투자자들의 독차지로 흐르는 분위기다. 그동안 한 차례 투자를 받으면서 기업가치가 커져 버린 국내 기업을 되살 만한 곳은 국내 최대 PEF 3곳과 구조조정 국면인 주요 기업을 제외하면 글로벌 PEF만 남는다. 이들은 해외 기관투자가로부터 출자를 받았고 본사 등 해외에 거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국내의 관리·감독에서 자유로워 투자의 과실만 가져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워버그핀커스는 올해 지분 매각가만 3조 원인 클래시스 인수 외에 국내에 1조 원 이상의 부동산과 물류 투자 방침을 확정했다. 물류기업과 물류센터를 인수하기 위해 7000억~800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지난달에는 SK그룹 부동산개발사인 SK디앤디와 노인을 위한 고급주택 건설사업에 1조 원을 공동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 1000개 이상의 기업에 125조 원의 펀드를 운용 중인 워버그핀커스는 그동안 국내 시장에 좀처럼 드러나지 않았다. 아시아에서는 중국 위주로 활동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은 10년 전부터 ESR켄달스퀘어, 큐브인더스트리얼 등 파트너를 통해 간접 투자해왔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직접 투자를 늘리기로 결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워버그핀커스는 아시아에서 중국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는데 최근 투자금을 한국으로 넘기고 있다”면서 “한국은 투자 시장이 안정적이고 미중 갈등의 유탄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대만, 중국에서 수천억 원 규모로 국내 제조기업과 부동산 등에 투자하려는 수요도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 17조 원 규모의 글로벌 투자기업인 스틸파트너스 역시 국내 제조기업에 투자하기 위해 최근 방한했다. 이들은 주로 대기업의 소수지분 투자를 원하고 있으며 SK·롯데·카카오 등 사업 재편 중인 그룹사들의 매각 대상 자산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에 진출한 이후 신중한 투자 행보를 보여온 블랙스톤 역시 조기 대선 등 정치적 불안감이 줄어드는 하반기에 스티븐 슈워츠먼 회장의 방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올해 국내에서 쏟아질 매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PEF가 한 차례 사들이거나 소수지분을 투자한 뒤 기업가치가 높아진 수조 원 규모의 기업들이 연이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이 지난해 말부터 MBK와 협상 중인 4조~5조 원 규모의 그린바이오사업은 한 차례 결렬됐다가 논의를 재개했지만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평가다. MBK가 인수하기 위해서는 은행권으로부터 주식담보대출인 인수금융을 끌어와야 하지만 홈플러스 문제로 은행권은 당분간 MBK와 거래를 재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 밖에 매각 초기 단계인 산업가스 제조공급사 DIG에어가스는 칼라일그룹과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인수를 검토하고 있고 SK에코플랜트가 내놓은 폐기물사업 계열사와 해상풍력 부품 계열사 역시 KKR과 칼라일, 케펠의 3파전이다.

국내 기업은 인수에 소극적이고 한앤컴퍼니, IMM프라이빗에쿼티(PE) 등은 조 원 단위 펀딩을 마쳤음에도 최대한 움직임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오피스·호텔 등 상업용부동산 시장의 경우 출근이 일상화된 국내 오피스의 수요가 탄탄하고 고급 호텔 시장에 대기업들이 뛰어들면서 투자와 위탁 운영을 따내려는 글로벌 기업들의 진출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합법적인 투자조차 탐욕으로 밀어붙이면서 다른 국내 PEF의 활동까지 멈춰버렸다”면서 “올해는 국내 PEF의 투자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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