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철강·알루미늄 관세 조치에 이어 다음 달 전 세계를 겨눈 상호관세 부과를 예고한 가운데 2분기 한국 수출 기업의 체감 경기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자동차·철강 등의 전망이 악화한 반면 반도체·선박은 개선되는 등 업종별로 전망이 크게 갈렸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20일 발간한 ‘2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조사’(EBSI) 보고서에 따르면 2분기 EBSI는 84.1로 나타났다. EBSI는 2개 분기 연속 100에 못미쳤다. EBSI는 다음 분기 수출 경기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전망을 조사·분석한 지표다. 100을 기준으로 전 분기보다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면 100을 웃돌고 악화할 것으로 예상되면 100을 밑돈다.
주요 15대 수출 품목 중 11개 품목이 1분기 대비 낮은 값을 기록했다. 미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은 59.4로 1분기 대비 수치가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보고서는 “한국 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있는 멕시코에 대한 미국의 관세 조치와 함께 철강·알루미늄 파생 상품에 부과된 25% 관세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직접적 관세 부과 대상이 된 철강 역시 88.8을 기록해 전 분기 대비 악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쿼터 물량 폐지로 하락 폭을 일부 상쇄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반면 반도체는 112.7을 기록하며 1분기(64.4) 대비 큰 폭으로 상승했다. 1분기의 기저 효과와 함께 인공지능(AI) 투자 확대로 인한 고부가 반도체 수요 확대, 범용 반도체 가격 반등 기대 등과 맞물려 수출 확대가 예상된 것으로 분석된다. 선박(140.6)도 액화천연가스(LNG)선 등 고부가 선박 수출 확대로 전 분기에 이어 호조세를 이어갈 것으로 조사됐다.
2분기 주요 수출 애로 요인으로는 구리 등 비철금속 가격 상승으로 인한 △원재료 가격 상승(19.2%) △환율 변동성 확대(14.2%) △수출 대상국의 경기 부진(13.7%) △수출 대상국의 수입 규제(10.8%) 등이 꼽혔다. 양지원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수출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며 “급변하는 무역 환경 속에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통상 정책 변화를 주시하고 기존 생산 네트워크를 점검하며 관세 영향을 최소화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