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가 역대 최대인 3조 6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하자 증권사들은 목표주가를 내리고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조정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다른 자본조달 방식을 놔두고 유상증자를 추진하기로 한 선택에 대해 의문이 남는다는 평가다.
21일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자 기간인 2025~2030년 중 최대 연간 1조 원에 불과하고 3~4년에 집중된다고 가정해도 다른 자본조달 방식은 불가했는지 의문”이라며 아쉽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다올투자증권은 유상증자로 인한 주가 희석 영향을 반영해 적정주가를 78만 원에서 70만 원으로 하향하고 투자의견도 ‘매수’에서 ‘중립’으로 바꿨다.
지난 20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60만 5000원(할인율 15%)에서 595만 500주(증자 비율 13.05%) 신주 발행으로 3조 6000억 원을 조달하기로 했다. 조달 재원은 해외방산 투자 1조 6000억 원, 국내 방산 설비투자(CAPEX) 9000억 원, 해외조선 투자 8000억 원, 무인기 엔진 3000억 원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최 연구원은 “투자 재원을 차입하지 않고 주주에게 요청하는 만큼 회사가 제시하는 긴박한 투자 환경과 전략의 성공 가능성에 동의한다면 유상증자 충격에 따른 주가 하락을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주가 회복을 위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거나 못한 해외방산조선 투자 내용을 업데이트하고 평가받아야 하지만 공개하기 어려운 단계의 사업이 많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양형모 DS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탑티어가 되기 위해 글로벌 방산, 조선해양 거점 확충이 필요한 한화그룹의 미래 청사진은 머리론 이해된다”면서도 “매출 성장률을 넘어서는 수주잔고 성장률인데 유상증자를 통한 인수합병(M&A)로 장기 성장 그림을 보여주는 건 투자자 우려를 낳게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DS투자증권은 목표주가를 92만 원에서 75만 원으로 크게 낮추고 투자 의견도 ‘매수’에서 ‘중립’으로 바꿨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도 “회사 손익과 현금흐름이 최근 급격히 개선되고 있었음을 고려하면 이번 증자를 예상한 투자자는 많지 않았을 것”이라며 “주가가 연초 대비 121% 급등했었던 만큼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은 불가피하다”고 했다. 다만 방위산업 밸류에이션 상승 등을 고려해 목표 주가를 64만 원에서 72만 5000원으로 상향했다. 투자 의견은 ‘중립’으로 하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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