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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강의 ‘보기 킬러’는 고진영…리디아 고와 팽팽, 세계 1위 코르다 압도 [오태식의 골프이야기]

티샷을 준비하는 고진영. 사진 제공=신화연합뉴스




골프의 최대 적은 보기다. 보기, 더블보기, 트리플보기, 쿼드러플보기. 수많은 보기와 한바탕 싸움을 벌인다. 실수는 여지없이 각종 보기로 이어진다. ‘보기와의 싸움’에서 승자가 결국 이기는 게임이 골프인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버디에 능한 선수보다는 보기에 강한 선수가 골프를 지배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보기 없는 라운드를 가장 자주 기록한 주인공이 바로 ‘골프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다. 1081라운드 중 150회 보기 없는 라운드를 했다. 144회의 크리스티 커(미국)가 역대 보기 없는 라운드 2위에 올라 있고 141회의 리디아 고(뉴질랜드)가 3위를 달리고 있다. 보통 1년에 10회 이상 보기 없는 라운드를 하고 있는 리디아 고는 조만간 소렌스탐의 기록을 넘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버디를 많이 잡는 선수를 ‘버디 킬러’라고 하는 걸 비틀어서 보기를 자주 피하는 선수도 ‘보기 킬러’라고 표현 한다면 역대 ‘최강의 보기 킬러’는 소렌스탐 보다는 리디아 고 쪽에 무게가 실린다. 소렌스탐의 보기 없는 라운드 확률(13.87%) 보다 리디아 고의 확률이 더 높기 때문이다. 리디아 고는 915라운드 중 141회 보기 없는 라운드를 펼쳐 확률 15.40%를 기록하고 있다. 15%를 넘는 선수는 리디아 고가 유일하다.

퍼팅을 마치고 그린을 벗어나고 있는 리디아 고. 사진 제공=AP연합뉴스


한국 선수 중 최강의 보기 킬러는 고진영이다. 보기 없는 라운드 역대 순위로는 8위(105회) 김미현, 9위(102회) 박인비, 10위(100회) 유소연보다 낮지만 보기 없는 라운드 확률로는 고진영이 최고다. 총 458라운드 중 65회를 기록해 14.19%를 기록하고 있다. 리디아 고에 못지않은 확률이다.

현 세계랭킹 1위 넬리 코르다(미국)는 517라운드 중 44회 보기 없는 라운드를 해 확률 8.51%에 불과하다. 부상 등의 이유 때문이기는 하지만 그만큼 기복 심한 경기를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티샷을 하고 있는 고진영. 사진 제공=신화연합뉴스




지난 15년 동안 LPGA 투어에서 75홀 이상 연속으로 보기 없는 경기를 펼친 선수는 3명 뿐이다. 그 중에서도 최장 기록의 주인공은 고진영이다. 2019년 114개 홀 연속으로 보기 없는 기록을 세운 바 있다. 당시 남녀 통틀어 종전 최고 기록이었던 2000년 타이거 우즈의 110홀 연속 노보기 기록을 깬 것으로 화제가 됐다. 리디아 고와 박인비도 75홀 이상 노보기 행진을 했던 선수들이다. 박인비는 2014년 75홀과 2015년 98홀 연속 노보기 기록을 갖고 있고 리디아 고는 2017년 75홀과 2024년 79홀 연속 노보기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고진영은 또 한 차례 75홀 이상 노보기 기록을 더했다. 시즌 개막전으로 열린 힐튼 그랜트 배케이션스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3라운드 8번 홀부터 다음 대회인 파운더스 컵 최종일 12번 홀까지 95홀 연속 ‘노보기’ 행진을 했다. 당시 고진영은 “보기를 한 건 뼈아팠다. 우승은 신경 안 쓴다”고 했다. 우승을 놓친 것보다 노보기 행진이 끊긴 것을 더 아쉬워한 것이다. ‘보기 킬러’다운 발언이었다.

그린을 읽고 있는 리디아 고. 사진 제공=AP연합뉴스


LPGA 데뷔 후 처음으로 우승 없는 해를 보낸 지난해 고진영은 노보기 라운드를 5회밖에 하지 못했다. 보기와의 싸움에서 가장 힘겨운 해를 보낸 것이다.

하지만 올해 고진영은 다시 ‘보기 킬러’로 돌아왔다. 벌써 다섯 차례 보기 없는 라운드를 펼쳐 에인절 인(미국)과 함께 이 부문 공동 선두에 나섰다. 4회의 임진희가 단독 3위, 3회의 김효주, 유해란, 이소미가 리디아 고, 다케다 리오, 야마시타 미유 등과 함께 공동 4위에 올라 있다.

‘K 보기 킬러’들이 많아지면서 대한민국 골프도 부활의 합창을 부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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