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전후 최대 규모 경기 부양책으로 꼽히는 5000억유로(793조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예산이 의회의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면서 사실상 확정됐다. 이에 따라 독일 경제의 ‘게임체인저’로 평가 받는 부양책은 공포만을 남겨두게 됐따.
21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독일 상원(참사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인프라·국방 투자를 위한 기본법(헌법) 개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53표, 반대·기권 16표로 가결했다. 상원은 주총리와 장관 등 16개 연방주 대표들이 연방의회를 통과한 법률 개정안을 심의하는 기구다. 개정 기본법은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이 공포하면 최종 확정된다.
이 법안은 12년 동안 5000억 유로 규모의 특별 자금을 국가 인프라 현대화에 투자하고 국방력 강화를 위해 헌법 상 차입 제한을 완화해 무제한적인 국방 지출을 허용하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는 연간 신규 부채를 국내총생산(GDP)의 최대 0.35%로 제한한 부채한도 규정과 무관하게 연방정부가 인프라 특별기금 5000억유로를 조성할 수 있게 된다. 연방정부 1년 예산을 뛰어넘는 천문학적 인프라 예산을 어디에 쓸지는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국방비도 GDP의 1%를 초과하면 부채 한도 예외를 적용하기로 했다. FT는 “이 패키지는 독일의 재무장을 가속화하려는 야망을 나타낸다”며 “유로존 최대 경제를 수년간의 침체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독일경제연구소(DIW)는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1%에서 2.1%로 올렸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독일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1.0%에서 1.5%로 올렸다.
다만 유럽에서는 독일의 국방비 증액은 환영하지만 인프라 투자에 대해서는 불편한 기색도 나오고 있다. 국가부채를 GDP의 60% 이하로 제한한 유럽연합(EU) 재정준칙을 사실상 무력화한 데다 시장 교란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 등 부채비율이 높은 나라들은 독일 부양책 발표 이후 자국 국채금리도 덩달아 뛰는 바람에 이자 부담이 커진다고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시장에서는 부양책 발표 이전 2.4%대였던 독일 10년물 국채금리가 2028년 4%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