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역할을 할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는 시점은 생각보다 빠를 것입니다. 한국이 양자 산업에서 2류나 3류가 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윤지원 SDT 대표는 21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진행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양자컴퓨터의 상용화 시점이 머지않았다며 이 같이 밝혔다.
윤 대표는 한국을 대표하는 양자 분야 리더로 꼽힌다. 미국 메사추세츠공대(MIT)에서 물리학과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양자정보연구단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이후 2017년 양자기술 전문 벤처기업 SDT를 세워 양자컴퓨터 상용화에 힘쓰고 있다. 양자 컴퓨팅은 수학적 난제에 해당하는 계산 문제를 빠르게 저전력으로 계산할 수 있는 혁신 기술로 기존 컴퓨터보다 더 많은 양을 빠르게 계산해 종전에는 답을 찾기 어려웠던 영역의 문제도 처리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윤 대표가 양자컴퓨터 상용화가 머지않았다고 보는 것은 해외에서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과거에는 연구소를 중심으로 개발이 이뤄졌다면 올해부터는 미국이 양자 산업을 주도하는 가운데 유럽도 연합을 형성해 미국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국가 경쟁 구도가 뚜렷해지고 있다”면서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에 해당하는 양자컴퓨터용 양자프로세서(QPU)를 설계하는 원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수천억 원의 자금을 투입하는 기업이 미국에만 10곳 정도가 있다”고 설명했다.
양자 패권 경쟁이 격화하면서 SDT는 양자컴퓨터를 조립하는 전문 기업으로 사업 방향성을 맞췄다. 해외에서 선도적인 QPU 기술을 보유한 기업과 손잡고 위탁 생산을 맡는 역할을 담당하겠다는 것이다. 윤 대표는 “양자 산업에서 애플 아이폰을 위탁 생산하는 대만 폭스콘과 같은 기업이 되는 게 목표”라며 “한국은 제조업이 강하기 때문에 그 장점을 살려 고부가가치의 양자 부품을 생산하고 해외 QPU 기술을 결합해 양자컴퓨터를 제조하는 사업 구조가 승산이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SDT가 손잡은 해외 양자 기업은 싱가포르·미국 기반의 애니온테크놀로지스다. 양사는 합작법인을 설립해 한국 내 SDT의 생산 인프라를 활용하는 등 한국을 중심으로 한 안정적인 공급망과 제조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완성형 양자 컴퓨터 솔루션을 개발해 국내는 물론 중동과 동남아시아 등 아시아 전역에서 차세대 컴퓨팅 시장을 선점한다는 구상이다. 말레이시아에 20큐비트 초전도 양자컴퓨터를 공급하기로 현지 기업과 협력 계약을 체결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가 이미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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