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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통화정책 엇박자…돈줄 더 말랐다

◆ 경기안정 3대 정책의 역설

GDP 대비 여신증가 14년來 최저

금리는 경기억제·예산마저 감액

빡빡한 정책운용에 내수위축 심화

한 시민이 2일 서울 시내 은행에 붙은 대출 상품 현수막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상황에서 금융사 대출이 실질적으로 줄고 정부 재정지출은 쪼그라들면서 기업과 가계의 돈줄이 말라가고 있다. 경기 안정화에 쓰이는 재정과 통화, 신용 세 가지 도구가 동시에 한국 경제를 옥죄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책 조합을 바꾸지 않으면 ‘도널드 트럼프발 관세 폭탄’에 휘청이는 성장률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관련 기사 3면

23일 한은에 따르면 국내 금융사의 여신 증가율에서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뺀 대출 상승 폭이 지난해 -2.03%포인트를 기록했다. 신용 공급이 경제와 물가가 커지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는 2010년(-5.83%포인트) 이후 14년 만의 최저치다. 마이너스는 2012년(-0.2%포인트) 이후 처음이다.



정부는 위기 때 대출 증가를 유도해 경기 진폭을 줄인다. 금융위기였던 2008년 실질 대출 증가율은 9.16%포인트였고, 2020년 코로나19 당시는 9.77%포인트에 달했다. 이 수치가 큰 폭의 마이너스였던 2010년은 명목 GDP가 9.89%였다. 위기 후 경제가 살아나면서 한은이 금리를 올렸고 자연스레 대출 증가율이 감소했다. 하지만 지난해는 금리 인하가 시작된 경기 후퇴기인데 대출이 제대로 늘지 않았다. 올 들어서도 강남 집값을 잡으려다 보니 가계대출이 꽉 막혀 있다.

한은의 정책금리(2.75%) 역시 제약적이다. 부동산과 고환율에 인하 시점이 밀렸다. 경제를 가열하지도 냉각하지도 않는 중립금리는 1.8~3.3%로 중앙값이 기준금리를 웃돈다. 올 1월 광의통화(M2)가 약 4204조 원이지만 핵심 자금은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와 맞물려 부동산으로 흘러갔다.

정부 지출도 마찬가지다. 야당이 주도한 초유의 감액 예산에 올해 총지출 증가율이 2.5%에 불과하다. 정치 이슈에 추가경정예산은 물건너갔다. 2월까지 지출 누적 집행률 20.1%는 과거 15년 평균(20.8%)보다 낮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3대 정책이 모두 타이트하게 운용되고 있어 내수 위축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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