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유동성 위기설이 불거지며 급등했던 롯데케미칼 회사채 금리가 최근 민평금리(민간 채권 평가사들이 책정한 기업의 고유 금리) 수준으로 내려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채권 유통 금리가 내려가면 신규 발행 금리에도 영향을 미쳐 기업의 중장기적인 이자 지급 부담이 줄어든다. 롯데케미칼 이외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 채권 금리도 최근 유의미한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어 그룹 전반의 재무 부담을 덜 수 있을지 주목된다.
23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이 2021년 발행해 내년 4월 만기를 앞두고 있는 5년물 채권 ‘롯데케미칼 57-2’는 이달 20일 민평금리 2.971%와 비교해 11.0bp(1bp=0.01%포인트) 낮은 2.861%에 거래됐다. 이튿날인 21일에도 민평금리 대비 8.2bp 낮은 가격으로 거래되면서 강세를 이어갔다. 이 채권은 롯데케미칼 유동성 위기설이 정점에 달한 지난해 11월 말만 해도 민평금리와 비교해 41.2bp 높은 금리로 거래되며 가격이 바닥을 향했었다. 롯데케미칼이 발행한 다른 채권 일부는 당시 거래 금리와 민평금리간 차이가 74.7bp에 달하기도 했다.
한때 치솟았던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의 회사채 유통금리는 올 들어 완만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롯데지주가 2020년 발행한 5년물 채권 ‘롯데지주 9-2’는 이달 21일 민평금리 대비 8.3bp 낮은 3.149%에 거래가 체결됐다. 지난해 11월 19일 민평금리보다 87.2bp 높게 거래된 점을 고려하면 금리가 크게 안정화된 셈이다. 롯데쇼핑이 2024년 발행한 2년물 ‘롯데쇼핑 98-1’은 지난해 49.8bp까지 벌어졌던 민평금리와 유통금리 간 격차가 올 들어 1.7bp로 줄어들었다.
롯데그룹 계열사가 발행한 채권의 유통 시장 내 안정 흐름은 자산운용사 등 시장 참가자들이 롯데그룹의 유동성 위기 가능성을 현재는 낮게 평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채권은 발행 기업의 채무불이행 리스크가 커질수록 금리가 올라가고, 반대 경우에는 금리가 내려가는 특성을 갖는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핵심자산인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신용보강을 했고, 올 들어서도 그룹 내 5개 상장 계열사가 기업설명회(IR) 행사를 열어 그룹 총자산이 183조 원을 넘긴다는 점을 강조하며 위기설을 진화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롯데그룹 회사채 가격이 안정세를 찾으면서 추후 주요 계열사의 재무 부담도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채권 유통 시장은 발행 시장에도 영향을 줘 유통 금리가 낮아지면 신규로 발행하는 채권 금리도 덩달아 낮출 수 있다. 발행 채권의 표면(쿠폰) 금리가 낮아지면 추후 채권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이자 부담도 줄어들어 재무 부담이 경감된다. 롯데웰푸드(2000억 원)와 롯데칠성음료(2500억 원), 호텔롯데(2000억 원) 등 롯데그룹 계열사들은 지난달 채권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했다.
한 증권사 임원은 “적어도 채권 시장에서는 롯데 그룹 전반의 유동성 위기 가능성을 높지 않다고 보는 분위기”라며 “이는 추후 발행 예정인 채권 가격에도 영향을 미쳐 재무 부담 경감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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