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와 중국 및 중동의 물량 공세로 존폐 위기를 맞고 있는 국내 석유화학 업계 주요 기업들이 지난해 임원진 규모를 줄이고 임금을 삭감하며 비용 절감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범용 제품을 대신할 스페셜티(고부가 화학제품) 제품군 개척에 사활을 건 화학 업계가 임원진부터 줄이며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23일 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화솔루션(009830)의 미등기 임원은 82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 102명보다 20명 줄었는데 이에 따라 임원 총보수 역시 321억 원에서 지난해 254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2022년 121명에 달했던 한화솔루션 임원진은 2년 만에 39명이 줄었다. 3년 연속 적자를 낸 롯데케미칼(011170)도 임원 수를 줄이며 조직 슬림화에 나섰다. 지난해 말 기준 롯데케미칼 미등기 임원 수는 78명으로 1년 전 95명보다 17명 감소했다.
화학 3사 중 지난해 유일하게 적자를 면한 LG화학(051910)은 임원 수를 5명 늘렸지만 임원 보수를 크게 삭감했다. 지난해 임원 1인당 평균 급여는 4억 5300만 원으로 2023년(5억 3300만 원)보다 8000만 원 줄었다. LG화학이 임원진에 지급한 총급여도 616억 원에서 지난해 527억 원으로 89억 원이나 감소했다.
화학 3사가 나란히 허리띠를 졸라매고 나선 것은 비용 절감과 조직 슬림화 없이는 체질 개선이 불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기초화학 비중이 높은 국내 화학 업계는 중국발 저가 범용 제품이 글로벌 시장에 쏟아져 나오며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다.
지난해 롯데케미칼은 9000억 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하며 3년 동안 2조 원의 손실을 냈고 한화솔루션도 3000억 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그나마 LG화학이 9168억 원의 이익을 거뒀지만 2023년(2조 2592억 원)에 비하면 63%나 줄었다.
국내 화학 3사는 비용 절감을 통해 확보한 재원을 바탕으로 스페셜티 제품을 적극적으로 발굴·육성할 방침이다. LG화학은 양극재를 차세대 먹거리로 삼고 역량을 쏟고 있으며 롯데케미칼도 배터리 소재와 수소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한화솔루션은 큐셀 부문을 토대로 북미 수요가 커지고 있는 태양광 사업에 몰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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