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올해 첫 해외 방문지로 중국을 택하고 레이쥔 샤오미 회장과 회동, 사업 협력을 논의했다. 이 회장은 중국 정부가 개최한 고위급 발전포럼(CDF)에도 참석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혹 탄 브로드컴 CEO, 크리스티아누 아몬 퀄컴 CEO, 올리버 집세 BMW 회장 등을 만나 글로벌 네트워킹을 강화했다.
외신과 삼성 등에 따르면 이 회장은 23일부터 이틀간 ‘세계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위한 발전 동력 촉진’을 주제로 베이징에서 열린 CDF에 참석했다. CDF는 매년 중국이 세계 주요 재계 인사를 초청해 경제 현안을 논의하며 투자를 모색하는 행사다.
올해는 이 회장을 비롯해 애플·화이자·벤츠·BMW·아람코·히타치 등 글로벌 기업 CEO 80여 명이 중국과 협력 방안을 논의하려 CDF에 참여했다. 이 회장도 2년 만에 CDF에 참석해 의미를 높인 만큼 미국과 관세 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나게 될지 주목된다.
이 회장은 CDF 개막에 앞서 22일 베이징 샤오미 전기차 공장에서 레이 회장을 만났다. 아몬 CEO도 샤오미를 찾은 것으로 확인돼 삼성과 퀄컴, 샤오미 간 모바일과 차량용 반도체 칩에서 삼각동맹이 맺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샤오미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기기에서 최근 전기차로 사업을 확장해 삼성전자의 전장(차량용 전자·전기 장비), 파운드리 사업에서 협력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 퀄컴 또한 모바일·차량 반도체 칩에서 삼성전자와 오랜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있다.
中전기차와 전장 협력 포석…퀄컴과 삼각협업 가능성도
이 회장은 23일 중국발전포럼(CDF) 참석에 앞서 22일 레이쥔 샤오미 회장과 회동하며 전장(차량용 전자·전기 장비) 및 파운드리 사업을 둘러싼 양사 간 협력 방안을 협의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 회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만남 가능성이 주목되는 가운데 애플과 브로드컴 등의 최고경영자(CEO)와 네트워킹 및 사업 협력을 다진 부분도 관심사다. 재계는 최근 ‘사즉생’을 임원들에게 주문하며 결기를 다진 이 회장이 삼성의 위기 극복을 위해 직접 발로 뛰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재가동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 회장과 레이 회장 간 회동은 삼성전자와 샤오미 간 협력 기대치를 높이는 대목이다. 모바일 기기와 가전제품에서 삼성전자의 경쟁사인 샤오미는 지난해 전기차로 사업을 확대하면서 삼성의 잠재 고객사가 됐다. 샤오미는 전기차 SU7을 지난해 처음 출시해 14만 대를 판매했고 올 들어선 전기차 출하 목표량을 35만 대로 높여 잡고 있다.
삼성은 산하 여러 계열사가 전장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 샤오미와 다각도로 협력이 가능하다. 특히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가 차량용 메모리반도체를 공급하거나 샤오미가 설계한 차량용 시스템온칩(SoC) 제조 물량을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가 맡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재 삼성전자는 중국 바이두의 차량용 AI칩 쿤룬과 니오의 NX9031 등을 위탁 생산하고 있다.
삼성전자 자회사인 하만이 공급하는 디지털 콕핏과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관련 솔루션이나 삼성디스플레이가 생산하는 차량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도 샤오미와 협력이 가능한 부분이다. 최근 삼성디스플레이는 퀄컴의 ‘스냅드래곤 콕핏’을 구현한 콕핏 체험 데모 키트 ‘CEDP’에 OELD를 공급했는데 이 같은 제품을 납품하는 방식으로 삼성·샤오미·퀄컴 간 삼각 협력 가능성도 열려 있다.
그간 이 회장은 자율주행차·전기차 관련 부품 사업에서 글로벌 네트워크를 적극 동원해 사업 확대에 힘을 실었다. 삼성SDI가 스텔란티스와 미국에 배터리 셀·모듈 합작법인을 세우고 북미 전기차 시장에 진출한 것도 이 회장이 과거 스텔란티스의 최대주주인 엑소르 사외이사를 지낸 것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이 회장은 주요 완성차 업계 최고경영진과의 만남도 꾸준히 이어왔다. 취임 2주년인 지난해 10월 27일 그는 에버랜드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도요다 아키오 일본 도요타그룹 회장을 만나 사업 협력을 논의하기도 했다.
작년 매출만 54% 증가…삼성이 中 공략하는 이유
삼성전자가 최근 중국 시장에 집중하는 건 보조금을 기반으로 빠르게 크고 있는 AI칩 시장과 가전·스마트폰 등 현지 시장을 잡으려는 의도도 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중국 수출액은 64조 9275억 원으로 전년(42조2007억원) 대비 53.9%(약 22조7000억원) 증가했다. 수출 금액으로만 보면 같은 기간 미국(61조 3533억 원)보다 앞서는 수준이다. 신규 가전과 스마트폰을 구매하면 보조금을 지급하는 이구환신 정책에 따라 중국에선 정보기기(IT) 제품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해당 제품에 탑재되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는 동시에 일부 세트(완제품) 수출도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의 대(對)중국 규제가 하루가 다르게 심화하고 있는 만큼 안정적인 중국 공장 운영을 위한 측면도 있다. 삼성전자가 중국 시안에서 운영 중인 낸드 공장은 삼성의 전체 낸드 생산량 중 40%를 책임지고 있다.
조만간 방한할 사티아 나델라 MS CEO와 이 회장이 만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나델라 CEO는 26일 ‘마이크로소프트(MS) 인공지능(AI) 투어 인 서울’ 행사 참석 차 방한한다. 두 사람은 수차례 만나 반도체와 AI, 클라우드 컴퓨팅 등 차세대 기술과 관련한 양사의 전략을 공유하고 공조 방안을 논의해왔다.
지난달 3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부당 합병 및 회계 부정 혐의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 회장이 올 들어 처음 해외 경영에 나서고 베이징을 첫 방문지로 택해 향후 그의 글로벌 행보가 속도를 높일 것이라는 관측 역시 제기된다. 최근 이 회장이 삼성그룹 전체 임원들에게 “‘사즉생(死卽生·죽기로 마음먹으면 산다)’의 각오로 과감하게 행동할 때”라고 주문한 만큼 솔선수범한다는 의지로도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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