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전쟁과 내수 부진 탓에 국내 제조 기업들은 올 2분기(4~6월)에도 경기가 나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비관적 시각은 2021년 4분기 이후 15분기 연속이다. 체감 경기가 얼어붙으며 5곳 중 2곳은 올해 매출 목표를 낮춰 잡았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4일 2분기 기업경기전망지수(BSI)가 전 분기(61) 대비 18포인트 오른 79라고 밝혔다. BSI는 100 이상이면 해당 분기의 경기를 이전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본 기업이 많다는 의미이고, 100 이하면 그 반대다. 이번 조사에는 전국 제조업체 2113곳이 참여했다. BSI는 2021년 3분기 103에서 4분기 91로 내려앉은 뒤 15분기 연속 100을 넘지 못하고 있다.
기업 규모별로 대기업(71)과 중견기업(83), 중소기업(79) 모두 지수가 기준치를 밑돌았다. 특히 관세 등 대외 정책에 민감한 대기업의 BSI가 가장 낮았다.
업종별로는 철강(59)과 자동차(74) 등의 부진이 눈에 띄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가시화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철강은 2분기 연속 60 이하를 기록했다.
반면 화장품(97) 업종은 중국의 한한령(限韓令) 해제 기대로 인한 대중 수출 회복 전망과 올 초 미국, 일본 등으로의 수출 호조가 이어지며 선방했다. 의료정밀(100)은 중국의 내수진작책에 따른 미용·의료분야 소비 회복 기대감에 가장 지수가 높았다.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제조기업 10곳 중 4곳(39.7%)은 올해 매출 목표치를 지난해 매출 목표 수준보다 낮게 설정했다. 목표치를 10% 이상 낮춘 기업(9.6%)도 적지 않았다.
올해 투자 계획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 47.4%로 가장 많았지만 하향 조정한 기업(36.6%)이 상향 조정(16%)보다 2배 이상 많았다.
기업들은 올 상반기 대내외 리스크(복수응답)로 내수경기 부진(59.5%)과 원부자재 가격 상승(40.2%)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트럼프발 관세정책(34.8%),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21.8%), 고환율 기조 지속(20.5%), 자금 조달 및 유동성 문제(12.7%) 순이었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내수·투자 활성화를 위해 인센티브 정책을 내놓고 관세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서비스산업을 적극 육성해 보호무역 기조에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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