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미국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실효 관세율이 사실상 제로(0) 수준이라는 것을 미국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동안 “한국의 관세율이 미국의 4배에 이른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다만 미국이 내달 2일(현지시간)부터 국가 별로 부과하기로 한 상호관세는 관세율 외에도 △비관세 장벽 △내국세(부가가치세) △환율 △무역정책 등 5대 요소를 총망라해 결정하는 것이어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대응해 나가겠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안덕근 산업부 장관이 지난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의 면담에서 한미 양국 실효관세율이 0.79%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충분히 설명했다”며 “러트닉 장관도 이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율 ‘오해’를 두 차례에 걸친 장관급 회담과 꾸준한 실무 채널 대화를 통해 바로잡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한국의 상품 평균 관세율은 0.79%이며 각종 관세환급 정책을 고려하면 실제로는 이보다 더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
오해를 정정했지만 상호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뜻은 아니다. 미국이 상호관세 부과의 근거로 관세율 격차를 포함한 5대 요소를 지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부가세나 농축수산물에 대한 검역 절차 등을 빌미로 관세 부과를 강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앞서 안 장관 역시 “대부분 국가가 관세 조치 대상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굳건한 각오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산업부 고위관계자는 “정부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 대비하고 있다”며 “미국이 국가별로 상호관세율을 제시하면서 구체적인 근거를 설명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품목 별 관세 예외도 나오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과거 각국에 수입 쿼터 등의 예외를 인정해 준 결과 ‘미국 철강 산업 보호’라는 정책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지 못했다는 인식이 미국 행정부 내에서 감지되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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