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간첩 지령?” 산불 두고 황당 음모론 등장

대통령실 "허위 주장에 강력 대응"

24일 오후 경북 의성군 점곡면 청송군과의 경계지에 있는 야산에서 화염이 치솟고 있다. 산림 당국 관계자는 “육안상 6m 높이 불기둥으로 헬기가 접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지난 주말 전국에서 동시다발로 발생해 4명의 목숨을 앗아간 산불을 둘러싸고 간첩이 개입됐다거나 정치적으로 의도됐다는 황당한 음모론이 나오고 있다. 음모론이 확산되자 대통령실이 24일 ‘산불이 김건희 여사와 관련됐다’는 일부 유튜버의 주장에 법적 대응을 경고했다.

구독자 2만 3800여 명을 보유하고 있는 한 진보 성향 유튜버는 이달 23일 ‘김건희, 산불로 호마 의식’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시했다. 호마 의식은 불교 등에서 거행하는 불을 이용한 의식을 의미한다.

유튜버는 “김 여사가 윤석열 대통령과 자신의 나쁜 흐름을 바꾸려 무속적 의식을 실행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며 “불이 강한 사람인 김 여사가 더 강력한 불을 이용해 주변의 안 좋은 기운을 태워버릴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해당 영상은 24일 오전 기준 7만 1000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옛 트위터인 X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X에서는 윤 대통령의 사주상 ‘불이 있으면 크게 된다’며 의도적으로 산불을 냈다는 등의 주장도 나온다. 한 누리꾼은 2022년 경북 울진, 강원 삼척에서 발생한 산불을 언급하며 “무당이 산에서 몰래 굿하다 불낸 게 아닌가 의심 중”이라고 했다.

반면 윤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중국인 간첩들이 고의로 불을 질렀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보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중국 간첩들이 드론으로 산불을 동시다발적으로 지른 것”이라는 내용의 게시물이 수백 건 올라오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중국인 유학생이 울산대 캠퍼스에 방화를 하다 검거됐다는 내용의 보도를 공유하며 “확실하다” “국가 중요 시설에 대한 테러”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전 국민적 재난인 산불을 호마 의식 등 음모론의 소재로 악용한 일부 유튜버의 행태에 강력히 유감을 표한다”며 “명백한 허위 주장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고 법적 조치 검토 등 강력히 대응할 방침”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