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여파에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최근 일주일 새 1조 원 넘게 불어났다. 정부와 서울시가 24일부터 토지거래허가제를 재지정했지만 그사이에 신청이 들어온 대출이 집행되면서 당분간 가계대출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금융계에 따르면 21일 현재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전월 말 대비 1조 4577억 원 증가했다. 주 단위로 세분화해보면 이달 3주 차(17~21일)에만 1조 786억 원이나 늘었다. 2주 차까지 늘어난 금액은 3791억 원에 그쳤는데 이달 중순부터 급증했다.
이는 지난달 12일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해제되면서 대출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통상 소비자가 대출을 신청한 뒤 3~4주가량의 시차를 두고 자금이 집행된다. 금융 당국의 압박에 주요 은행들이 지난달 말부터 가산금리를 차례로 내리면서 대출 수요를 더 자극한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시중은행 여신 담당 임원은 “그동안 주택 구매 수요가 꾹꾹 억눌려 있었는데 지난달 토허제 해제 조치가 불을 지핀 것 같다”며 “연초 계획을 세울 때만 해도 올 하반기 즈음에나 대출 수요가 몰릴 것으로 봤는데 예상을 완전히 벗어났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대출 증가세가 다음 달에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해제부터 재지정까지 한 달여간의 규제 공백기에 접수된 대출 신청 건이 차례로 집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서울시에 따르면 2월 주택 거래량은 8910건으로 전달보다 50%나 늘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거래량이 늘어난 만큼 그대로 대출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대출 증가세가 심상치 않은 상황인 것은 맞다”고 전했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가팔라지는 와중에 부실이 커지고 있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권 부실채권은 지난해 4분기 기준 14조 8000억 원에 달한다. 직전 분기 대비 3000억 원 늘어난 규모이며 4년 반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체 부실채권 중 기업 관련 여신이 11조 7000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가계여신(2조 8000억 원)과 신용카드 채권(3000억 원)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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