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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동기가 짜고 부당대출…골프접대·금품도 받아

■금감원, 주요 금융사 비리 적발

기업銀 현직 임직원 등 20명 연루

빗썸은 회삿돈으로 고가사택 제공





IBK기업은행 임직원이 900억 원 규모의 부당 대출을 했다가 금융 감독 당국에 적발됐다. 전·현직 임직원 부부와 동기 등 20여 명이 연루됐고 이들은 골프 접대와 금품을 받아 챙겼다. 국내 2위 가상자산거래소인 빗썸은 회사 돈 약 120억 원으로 전·현직 임원 4명에게 고가 사택을 빌려줬다가 덜미를 잡혔다.

금융감독원은 기업은행과 빗썸 등 주요 금융사에 대해 검사를 실사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났다고 25일 밝혔다.

기업은행에서는 총 882억 원의 부당 대출이 발견됐다. 당초 기업은행의 부당 대출 규모는 240억 원으로 추산됐는데 이번 검사 결과 3.7배가량 늘어났다. 기업은행의 2월 말 기준 부당 대출 잔액은 535억 원이며 이 중 95억 원(17.8%)이 부실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구체적으로 기업은행에서 14년 일하다 퇴직한 ‘갑’ 씨는 부동산 중개업소와 법무사 사무소 등을 차명으로 운영하면서 기업은행에서 일하는 자신의 배우자와 입행 동기, 현직 임직원을 동원해 785억 원의 부당 대출을 받았다. ‘갑’의 배우자는 2020년 9월 자금 조달 계획을 허위로 작성해 배우자와 관련 있는 여신 59억 원을 승인했고 지점장과 다른 심사역은 이를 묵인했다. ‘갑’은 다수 임직원에게 골프 접대를 하고 일부 임직원의 배우자를 자신의 회사에 직원으로 채용했다. 이 과정에서 기업은행 부당 대출 관련자 8명은 15억 70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챙겼고 국내와 필리핀 등에서 골프 접대를 받은 정확이 포착됐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은행 차원에서 조직적 은폐 정황이 있다”며 “검사를 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자료를 확보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방해하거나 삭제한 부분은 굉장히 심각한 법 위반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9~10월 자체 조사를 통해 사고를 인지했지만 금감원에 보고하지 않았다. 금감원 검사 중이었던 1월에는 특정 부서 직원들이 자체 조사 자료와 사내 메신저 기록을 삭제하기도 했다.

김성태 기업은행장은 이날 “이번 사건으로 고객과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금감원 감사 결과를 철저한 반성의 기회로 삼아 빈틈없는 후속 조치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금감원 지적 사항을 포함해 업무 프로세스와 내부통제, 조직 문화 전반에 걸친 강도 높은 쇄신책을 조만간 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빗썸은 임차 사택 제도를 통해 전·현직 임원 4명에게 임차보증금 116억 원에 달하는 고가 사택을 제공한 것이 적발됐다. 사실상 임원들이 빗썸 돈으로 입주한 셈이라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빗썸 현직 임원은 지난해 6월 임차보증금 30억 원짜리 사택을 제공받기도 했다. 빗썸은 전직 대표가 분양받은 주택을 빗썸 사택으로 임차하는 것처럼 속여 보증금 11억 원을 지급해주기도 했다.

농협조합에서는 1083억 원 규모의 부당 대출이 적발됐다. 10년 이상 조합 등기 업무를 담당한 법무사 사무장이 준공 전 30세대 미만 분양계약은 실거래가 신고 의무가 없다는 점을 악용해 매매계약서를 변조하는 수법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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