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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힘들면 찾아오라"…현대차, 기업 대표로 관세압박 완화

■현대차그룹 美 31조 투자…정의선, 백악관서 직접 발표

국정혼란 탓 대미외교 난항 속

통큰 투자로 우호 증진 힘보태

트럼프 "큰 영광·고맙다" 연발

鄭 공장 방문 초청에 긍정 반응

한미 통상협상 진전될지 관심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현대차그룹의 210억 달러 투자 계획을 극찬하며 기자회견에 참석한 현대차 경영진을 소개하고 있다. 제프 랜드리(〃 두 번째부터) 루이지애나 주지사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장재훈 현대차 부회장, 성 김 현대차 사장,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이 회견에 함께했다. AFP연합뉴스




정의선 현대차(005380)그룹 회장이 24일(현지 시간) 워싱턴DC의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이크 존슨 미 하원의장, 스티브 스컬리스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210억 달러(약 31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 기업인이 백악관에서 미국 대통령과 나란히 서서 투자 계획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태 등으로 트럼프 대통령 취임 두 달이 지나도록 한미 양국은 정상 간 전화 통화조차 한 차례 하지 못했다. 재계에선 트럼프발 관세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기업이 정부를 대신해 통상 전쟁에 방패막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 재취임 후 한국인으로는 처음 정 회장을 백악관에 초대해 회견을 가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름다운 발표를 할 것이다” “큰 영광이다”라며 현대차 측 인사들을 일일이 호명했다. 현대차 측에서는 정 회장을 비롯해 장재훈 부회장, 성 김 사장과 서강현 현대제철(004020) 사장 등 4명이 참석했다. 정 회장이 2028년까지 자동차 생산에 86억 달러, 부품·물류·철강에 61억 달러, 미래산업·에너지에 63억 달러 등 총 21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는 방안을 발표하는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오케이” “고맙다”를 연발했다.

정 회장은 “우리의 역대 최대 규모인 이번 투자의 핵심은 미국의 철강과 자동차 부품 공급망을 강화할 60억 달러의 투자”라면서 루이지애나주에 신설될 연산 270만 톤 규모의 전기로 제철소를 비중 있게 소개했다. 정 회장은 “미국인 1400명을 신규 고용하게 될 것”이라며 “더 자립적이고 안정적인 미국의 자동차 공급망을 위한 근간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자동차 생산 분야와 관련해 “이번 주 조지아주에 80억 달러 규모의 새 공장을 열게 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이 공장을 통해 85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진정 위대한 기업인 현대와 함께하게 돼 큰 영광”이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그는 “이 투자는 관세가 매우 강력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선명한 사례”라며 “관세 정책들이 기업들을 우리가 보지 못한 수준으로 데려오고 있다”고 뿌듯해했다. 그러면서 “현대차는 미국에서 철강을 생산하고 미국에서 자동차를 만들 것이며 그 결과 관세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 미국에서 만들면 관세가 없다”고 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정 회장에게 “만약 여러분들이 원하는 허가를 얻는 데 어떠한 것이든 어려움을 겪는다면 나를 찾아오라. 당신들을 위해 해주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정·재계에서는 현대차의 이번 대미 투자를 시작으로 미국 관세 부과에 대한 양국 간 대화가 급물살을 탈지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백악관에서 대미 투자 발표를 한 것은 손정의 소트프뱅크 회장, 웨이저자 TSMC 회장 등 극소수다. 현대차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한국 기업으로는 처음 대규모 현지 투자 계획을 밝혔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발표 장소로 백악관을 내줬다.

앞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수차례 미국을 방문했지만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면담했을 뿐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 윤 대통령은 물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역시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 한번 하지 못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 기업의 투자가 이어질 경우 동맹 지속의 핵심을 ‘기브 앤 테이크’로 인식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얻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미 수출 비중이 큰 한국 기업들에 가장 효과적인 관세 대응 방안으로 미국 현지 생산 강화가 꼽히는 만큼 기업들의 고민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미국 진출 후 현재까지 약 30조 원을 투자하면서 57만여 개의 현지 일자리를 만들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우리의 최첨단 제조 시설 중 한곳을 방문해 미국과 미국 노동자들에 대한 우리의 헌신을 직접 확인하도록 초청하고 싶다”고 밝혔다. 백악관이 일단 긍정적 반응을 보여 새로 가동되는 미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나 현대제철이 착공할 미국 제철소 현장 등을 트럼프 대통령이 방문하면 정 회장과 또 한 차례 만남이 성사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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