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완 LG전자(066570) 최고경영자(CEO·사장)가 25일 “인도를 포함한 아시아, 중남미, 중동·아프리카 등 ‘글로벌 사우스’로 대표되는 신흥시장을 공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조 사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LG전자 정기 주주총회에서 “기존 전략의 방향은 유지하면서 올해부터는 ‘지역’이라는 축을 더해 잠재력이 높은 유망 지역에서 성장 가속화를 추진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글로벌 사우스 지역 중 1순위는 인도다. 조 사장은 인도에 대해 경제 안정성이나 성장성 관점에서 독보적인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내년부터 국민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000달러대에 진입하고 중산층이 크게 늘어 가전 보급률이 10~20% 급증하면서 큰 기회가 열린다는 것이다. LG전자는 냉장고와 세탁기 등 주요 가전제품의 경우 2028년까지 인도 시장 규모가 최대 두 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LG전자는 인도 시장에서 ‘국민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기업공개(IPO)도 같은 맥락이다. 인도에서의 성장을 현지 국민들과 함께 누린다는 포석이다. LG전자 인도법인은 당국으로부터 기업공개(IPO) 예비 승인을 받았고 상반기 내 상장 절차를 완료할 계획이다.
글로벌 사우스 지역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칠러와 가전 구독 등 신사업의 주요 시장이기도 하다. LG전자는 지난해 7월 대만, 같은 해 10월 태국에 가전 구독을 출시했고 올해 인도와 싱가포르·홍콩까지 출시 국가를 확대한다. 인도네시아에서는 LG CNS, LG에너지솔루션(373220)과 ‘원팀’으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AI 데이터센터 칠러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LG전자가 글로벌 사우스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북미와 유럽 등 선진시장이 경기 침체를 겪는 가운데 ‘트럼프 2기’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사업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정학적 변화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높은 성장이 기대되는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겠다는 것. 실제 LG전자의 주요 글로벌 사우스 소재 법인 5곳(인도·베트남·태국·인도네시아·브라질)의 지난해 매출 총합은 16조 3363억 원으로 2년 전과 비교하면 17%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전사 매출액 성장률(5.1%)과 비교하면 세 배 넘게 높다.
LG전자는 관세 불확실성의 중심에 놓인 멕시코 공장과 관련해 미국 정책 변화를 보며 현지 생산라인 증설을 검토하기로 했다. 조 사장은 “미국 테네시 공장에 냉장고·오븐 등을 생산할 수 있도록 부지 정비 작업이나 가건물을 올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멕시코에 관세가 부과되면 지체 없이 (미국에 증설) 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기업간거래(B2B)와 플랫폼 등 신사업 강화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냉난방공조(HVAC)와 자동차 부품 사업은 현재 매출 10조 원에서 2030년 20조 원까지 늘릴 방침이다.
AI 빅테크와의 협업도 구체화한다. 조 사장은 26일 방한하는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와의 만남에 대해 “주요한 내용은 AI 에이전트 공동 개발이 될 것”이라며 “AI 에이전트 공동 개발과 MS의 데이터센터에 LG전자 칠러가 들어가는 건 확정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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