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불확실성이 너무 커져 기업들이 결정하기 어려워졌다”며 “상법 개정은 불확실성이 또 생기는 건데 지금 (경제)형편상 적절한 시기인지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25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열린 취임 4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통상문제와 인플레이션 등 금융 불안, 인공지능(AI) 등 기술 충격에 정치문제까지 겹쳐 기업 뿐만 아니라 자영업자, 시민까지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겹악재로 인한 불확실성을 국내 기업의 최대 리스크로 꼽았다. 최 회장은 “초불확실성의 시대(super unknown)에 기업의 결정이 안나온다”며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드는 가장 큰 ‘적’이라고 규정했다. 문제는 국회와 정부의 규제가 불확실성을 가중시킨다는 점이다. 이사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한 상법 개정안은 최근 경제계의 가장 큰 걱정거리다. 그는 “상법은 경제쪽에서 보면 헌법”이라며 “새 국면으로 간다는 뜻인데, 지금 할 시점인가라는 생각이 계속 든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주52시간 근무 예외 규정에 대한 논란으로 공전하는 반도체특별법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최 회장은 출근길 교통수단을 예로 들며 “버스만 타라고 하면 오토바이나 택시를 타야할 상황에서 불편이 생긴다”며 “규제는 필요하지만 너무 많은 규제는 자율을 억압하고 창의성을 추락시켜 성장에도, 사회문제를 푸는데도 도움이 안된다”고 강조했다.
최근 통상환경 변화로 자유무역의 가치는 흐려지고 국내 기업들은 미국으로 생산거점 이전 등 다양한 압박을 받고 있다. 최 회장은 1970년대부터 발전시켜온 ‘제조-수출’ 모델을 바꿀 때라고 지적했다. 그는 “통상 압력 뿐 아니라 제조업 경쟁력도 좋은 편이 아니어서 과거 모델이 수명을 다해가고 있다”며 “제조업이 지속가능하려면 AI를 도입해 더 좋은 물건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능력만 보유한다면 공장의 위치를 떠나 한국이 어디서든 이익을 만들어낼 수 있는 만큼 AI 기반의 제조경쟁력 확보가 돌파구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안타깝게도 국내 AI 경쟁력은 높지 않다. 그는 “대규모언어모델(LLM)이 필요한데 우리만의 모델을 만들지 않으면 종속된다”며 “내부에 일단 AI 기반을 제대로 갖추고 나름대로의 AI LLM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중국간 헤게모니 전쟁에 따라 한국이 선택에 기로에 놓인 점과 관련해 최 회장은 ‘비즈니스’가 기준 이라는 단호한 입장을 내놨다. 미국이냐 중국이냐가 아니라 사업이 되고 돈이 되느냐를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돈을 벌 수 있는 확률과 기회가 많으면 어떤 상황이라도 진출해야한다”며 “미국의 많은 기업인들이 최근 중국을 찾아간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전했다.
최 회장은 여러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 원 팀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벤트성으로 잠깐 나가서 하는 원 팀이 아니라 진짜 한 몸 같은 원팀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미국과 중국 모든 나라가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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