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마이바흐GLS를 마주하면 장엄하다는 표현이 절로 나온다. 메르세데스-벤츠의 플래그십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GLS 580 역시 특유의 우람한 곡선으로 채워진 차체가 도로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보여주지만, 최상위 브랜드 메르세데스-마이바흐 GLS 600 4MATIC은 그 이상의 웅장함을 뽐낸다.
메르세데스-마이바흐 GLS 600 4메틱(4MATIC)를 바라보면 외관부터 압도적이다. 찬란하게 빛나는 고광택 크롬 바((bar)가 커다란 전면 그릴을 장식한다. 그릴을 세로로 나누는 크롬 바 가운데는 ‘MAYBACH’가 새겨진 가로 바가 가로 지르고, 그 위 후드에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삼각별이 당당하게 서있다.
이 차의 차체는 5미터 21센티, 높이는 1미터 84센티, 너비는 2미터 3센티에 달한다. 에메랄드 그린 색상(Emerald Green)이 적용된 차체와 후드를 시작으로 상부를 뒤덮은 모하비 실버(Mojave Silver) 마누팍투어로 이룬 투-톤 색상이 이 차가 범상치 않은 럭셔리 SUV라는 점을 상징한다. 투-톤의 색상을 전면에서 보면 짙은 하부와 은빛이 비치는 상부, 그 사이를 수놓고 있는 크롬 그릴에 압도된다. 옆으로 이동하면 메르세데스-마이바흐를 상징하는 방패 모양의 23인치 ‘마이바흐5스포크 단조휠’의 크롬이 은빛을 고급스럽게 머금고 있다.
차에 올라타면 다소 높은 시트 포지션과 넓게 펼쳐진 시야를 제공한다. 운전대를 잡고 앉으면 대부분 차들이 아래로 보인다. 실제로 주행에 나서면 시내버스에 탑승한 사람들과 시야가 마주칠 정도다.
시승한 차는 2021년 이후 3년 만에 첫 부분 변경 모델이다. 외관도 다듬었지만 실내에도 메르세데스-마이바흐의 레거시를 직감할 수 있는 럭셔리한 감성으로 가득하다. 실내는 고급 소재의 전시장이다. 차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타는 순간 눈에 보이고 몸에 닿는 모든 부분이 고급스럽게 느껴진다.
특히 시트 표면과 등받이 중앙 부분에 적용된 다이아몬드 패턴 퀼팅은 마이바흐 특유의 명품 감각을 강조한다. 이 패턴은 마이바흐 GLS 전용 익스클루시브 나파 가죽에 적용됐다. 퀄팅과 나파 가죽 시트이 적용된 시트는 최고급 가죽 쇼파에 앉아있는 듯한 착각을 들게 한다. 가죽의 느낌마저도 온화하다. 가로로 확 트인 센터 디스플레이는 버건디 빛깔의 나파 가죽으로 감쌌다.
디스플레이와 가죽, 공조기의 빈 공간을 메우는 피아노 블랙의 패널은 실제로 피아노 줄이 새겨진 듯 가로로 줄무늬가 들어가 있다. 디스플레이와 패널의 줄이 미묘하게 시각적으로 일치되어 보는 사람에게 안정감을 준다.
운전대를 잡고 시동을 걸면 8기통의 8V 가솔린 엔진이 잔잔한 호수가 일렁이듯 행정 사이클을 시작한다. 이 차의 차체 무게는 2830kg, 약 3톤에 달한다. 엑셀을 누르면 거대한 요트가 출항하는 듯이 움직인다. 차에는 뒷좌석 탑승자가 최대한 편안함을 느낄 수 있게 배려한 맞춘 쇼퍼(chauffeur) 전용 모드 ‘마이바흐 주행 프로그램’이 탑재돼 있다. 이 모드는 기어 변속을 빠르고 부드럽게 해 뒷좌석 탑승자에게 편안함을 넘어 안락함을 느끼게 하는 기능을 한다.
마이바흐 모드로 운행하는 승차감은 현존하는 SUV 차량 중 최고라고 평가받을 만 하다. 경쟁 모델을 자처하는 영국 브랜드의 SUV와 비교해도 승차감은 한 수 위다. 경쟁 모델은 굴곡진 노면을 넘을 때 두세 번 쿠션감을 제공해 요트가 잔잔한 바다를 가르는 듯한 승차감을 준다. 그런데 마이바흐는 그 보다 탄탄하면서도 부드럽고 안락한데, 안전한 느낌까지 몸을 감싼다. 거대한 차체는 지중해를 가르는 초대형 크루즈선처럼 움직인다. 오래 탈수록 ‘장엄하다’는 인상이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시승하는 동안 뒷좌석에는 세 명의 성인이 번갈아 가면서 최소 1시간 이상 탑승했다. “창문 밖으로 파노라마가 지나가는 것 같다”, “가만히 앉아 풍경화를 감상하는 듯 하다"는 탄성들이 나왔다. 그러더니 동승자 세 명은 모두 잠들었다.
방지턱을 삭제해 버린다는 ‘E-액티브 바디 컨트롤 서스펜션’도 대단했다. 높은 방지턱도 아주 작은 요철 정도로 느끼게 하는 놀라운 기능이다. 29개의 고성능 스피커로 이뤄진 부메스터® 하이엔드 3D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도 만족스러웠다. 고음질(FLAC) 음원 스트리밍으로 들어야만 이 사운드 시스템의 진정한 가치를 알 수 있다. 가격은 3억 1760만원(개별소비세 인하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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