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을 대상으로 휴전 협정을 노골적으로 지연시키고 있는 러시아를 압박해달라고 촉구했다. 러시아는 최근 미국의 중재로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부분 휴전하는 방안에 대해 합의했지만 여러 조건을 내세우며 이행을 늦추고 있다.
26일(현지 시간) BBC는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회동한 뒤 기자들과 만난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이 러시아의 요구에 저항할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러기를 바란다, 지켜보자"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전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중재로 흑해에서 전쟁을 멈추고 에너지 시설에 대한 상호 공격을 30일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부분 휴전이 이행되려면 농식품, 비료 수출에 대한 서방의 제재가 해제되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하며 국영 농업은행 등에 대한 제재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이 러시아의 요구를 들어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아니타 히퍼 EU 외교안보담당 수석 대변인은 26일 입장문을 내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부당한 침략이 끝나고 우크라이나 전 지역에서 조건 없이 철수하는 것이 대러시아 제재를 개정·해제하는 주요 전제 조건"이라며 당장은 러시아의 제재 해제 요구에 응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히퍼 대변인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부분 휴전 합의는 환영한다면서도 "러시아는 불법적이며 정당한 이유 없는 침략 전쟁을 끝내려는 진정한 정치를 보여야 한다"며 "그간의 경험에 따르면 러시아는 말이 아닌 그들의 행동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24시간 내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큰소리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자신이 밀어붙인 양국의 휴전·종전 협상에 차질이 생긴 것을 일부 인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날 뉴스맥스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행보에 대해 "'질질 끌고 있는 것'일 수 있다"며 러시아가 서방으로부터 추가적인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해 느리고 움직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20억 유로의 추가 군사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우리는 러시아의 침략 전쟁을 종식하기 위한 결정적인 단계에 있다"며 "제다에서 우크라이나는 전제 조건 없는 30일 간의 휴전에 동의했고, 러시아도 같은 약속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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