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명품 플랫폼 발란이 일부 입점사에 대한 판매대금 정산을 제때 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제2의 티메프(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가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발란은 24일 일부 입점사에 판매대금을 입금하지 못했다. 발란은 입점사에 따라 일주일, 15일, 한 달 등 세 주기로 판매대금을 정산하는데, 이날 정산 주기가 돌아온 입점사에 대금을 지급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발란의 월 평균 거래액은 약 300억 원이며, 전체 입점사 수는 1300여 개다. 미정산 대금 규모는 130억 원 규모로 알려졌다. 발란은 정산금을 미지급한 입점사에 "자체 재무 점검 중 정산금이 과다 지급되는 등의 오류가 발견돼 정산금을 재산정하고 있다"며 "26일까지 재정산 작업을 마무리하고 28일까지는 입점사별 확정된 정산액과 지급 일정을 공유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발란이 판매대금 정산 능력이 없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심지어 정산을 받지 못한 일부 입점사들이 발란이 기업 회생절차를 준비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내용의 파일을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발란 측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부인했지만,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최형록 발란 대표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는 상태다. 티메프 사태 역시 모기업 큐텐의 최대주주인 구영배 대표가 아무런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고 사태가 확산된 지 한참이 지나서야 사과문을 발표한 바 있다.
오히려 25일에는 미정산 입점사 관계자들이 서울 강남 본사 사무실에 몰리며 경찰이 출동하는 소란까지 벌어졌다. 발란은 직원들의 신변을 우려해 현재 전 직원을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지난해 발생한 티메프의 대규모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앞서 시스템 오류 등을 이유로 입점사에 대한 정산을 미루다가 결국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한 티메프의 전철을 밞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발란이 매년 적자를 내며 완전 자본잠식에 빠진 점도 우려를 키우는 부분이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발란의 영업손실 규모는 2020년 63억 5300만 원에서 2021년 185억 5000만 원, 2022년 373억 5800만 원으로 급증했다. 2023년 영업손실은 99억 8000만 원으로 줄었지만, 체질 개선보다는 매출이 급감한 영향이 크다는 평가다. 발란은 아직 2024년 감사보고서는 제출하지 않은 상태다.
발란의 매출액 역시 2022년 891억 원에서 2023년 392억 원으로 크게 줄었다. 2023년 말 기준 발란의 자본총계는 -77억 3100만 원이다. 유동자산은 56억 2100만 원인 반면, 유동부채는 138억 600만 원으로 유동비율이 40.7%에 불과하다. 유동비율은 기업의 단기 지급 능력을 나타내는 것으로, 유동비율이 낮을수록 유동성 위험이 크다고 평가된다.
최근 발란에 150억 원 투자계획을 내놓은 실리콘투에 불똥이 튈 가능성도 있다. 발란은 실리콘투로부터 1차로 75억 원을 투자 받고 일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2차로 75억 원을 투자 받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발란은 이달 10일 1차 투자가 성사됐다고 밝히며, 자사의 명품 플랫폼 운영 역량과 실리콘투의 글로벌 물류·마케팅 노하우를 결합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극대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투자금이 정산금으로 사용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머스트잇과 트렌비 등과 같은 여타 명품 플랫폼도 이번 파장으로부터 자유롭기는 다소 어려워 보인다. 영국의 명품 플랫폼 ‘매치스패션’이 지난해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는 등 글로벌시장은 물론 국내에서도 명품 플랫폼 시장의 성장세가 꺾인 상황에서 이번 사태는 기름을 끼얹은 셈이 됐다는 평가다. 한 명품 플랫폼 관계자는 “티메프와 명품 플랫폼은 사실상 완전히 다른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티메프 사태 당시 e커머스로 묶이면서 검토되던 투자 등이 모두 중단되고 기업 가치 평가도 크게 떨어졌다”며 “업계가 이제서 조금씩 신뢰를 회복하고 있는데 이번 사태로 인해 지난해와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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